08:00, 식당을 채우는 소란과 몽글몽글한 김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가 아침의 정적을 깨운다. 갓 구운 토스트의 고소한 향기가 공기 중에 눅눅하게 섞여 들고, 창밖으로 스며드는 화롄의 아침 햇살은 옅은 금빛으로 식탁 위를 수놓는다. 아이들은 이미 깨어나 각자의 리듬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첫째는 의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고, 둘째는 오렌지 주스를 컵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채우며 작은 모험을 즐긴다. 1월의 화롄은 제법 쌀쌀하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18도의 서늘한 공기가 뺨을 날카롭게 치겠지만, 이곳 내부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해 마음까지 느슨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낮은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더 자고 싶었다거나,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식의 사소한 불평들. 나는 그 소란함을 억지로 잠재우려 하지 않고 가만히 귀 기울인다. 억지로 기분을 띄우려 애쓰는 대신, 묵직한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천천히 들이킨다. 컵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흰 김이 시야를 잠시 가리는 그 찰나의 순간, 묘한 안도감이 찾아온다. 아이들의 소란함조차 여행의 일부로 느껴지는, 충분히 다정한 아침이다.
14:00, 하얀 시트 위로 쏟아지는 정적의 무게
한바탕 외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옷가지는 이미 엉망이다. 둘째의 양말 한쪽은 어디서 묻었는지 축축하게 젖어 있고, 첫째의 셔츠에는 정체 모를 얼룩이 훈장처럼 박혀 있다. Yue Le Lv Dian의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위로 몸을 던진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는다. 빳빳하면서도 부드러운, 잘 관리된 세탁물 특유의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마치 거대한 솜사탕 속에 파묻힌 것 같은 안락함이다.
아이들은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뒹굴다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든다. 입을 살짝 벌린 채 규칙적으로 숨을 내뱉는 모습. 조금 전까지 세상을 다 가질 듯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던 에너지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한 풍경이다.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창밖으로 보이는 화롄의 낮은 구름은 느릿느릿 유영한다.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잠든 아이들의 작은 발가락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번 여행의 거창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잠시 잊어버렸다. 그저 이렇게 함께 누워 숨 쉬는 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목적을 달성한 기분이다. 이 고요함이 나쁘지 않았다.
19:00, 루프탑의 짠 바람과 야시장의 온기
동대문 야시장에서 사 온 온갖 음식들을 품에 안고 루프탑 테라스로 올라갔다. Yue Le Lv Dian의 옥상은 막힘없이 탁 트여 있어, 눈앞에 짙푸른 태평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월의 바다는 깊은 인디고 색으로 물들어 있고, 바람에 섞여 오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겨울의 북동풍이 제법 매섭게 몰아치지만, 오히려 그 차가움 덕분에 몽롱했던 정신이 맑게 깨어난다.
아이들은 입가에 소스를 묻힌 채 꼬치구이를 씹으며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아빠, 저기 끝까지 가면 뭐가 있어?"라는 천진난만한 질문에 나는 정답 대신 모호한 상상을 건넨다. 굳이 정확한 지도를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저 바다가 정말 넓다고, 지금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고 말해주면 그만이다. 야시장에서 산 기름진 음식의 풍미가 입안에 진하게 남고, 뜨거운 음식과 차가운 바람의 대비가 피부 위에서 선명하게 교차한다. 산맥의 윤곽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묻히는 광경을 지켜보며, 나는 화려한 도시의 조명보다 이 덤덤한 어둠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여기, 우리 가족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22:00, 책장 사이의 침묵과 오롯한 어른의 시간
아이들이 완전히 잠든 시간,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1층의 공용 공간으로 내려오니 조명이 낮게 깔려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책장에는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이름 모를 책들이 꽂혀 있고, 공기는 서늘하면서도 정돈되어 있다. 누군가 읽다 만 페이지가 무심하게 접혀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하고, 그 낯선 이의 흔적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공유 주방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따라 마신다. 유리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느릿하게 흐른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먼지처럼 고요해지은 시간, 빈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고 생각에 잠긴다.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의 무질서를 묵묵히 견뎌주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견딤의 끝에 찾아오는 이 절대적인 고요함은 무엇보다 달콤하다. 굳이 삶의 진리를 깨달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적막이 쾌적할 뿐이다. 내일은 또 어떤 사랑스러운 소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며 가볍게 미소 짓는다. 이곳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아이의 작은 숨소리가 방 안을 포근하게 채우고 있었다.
- 동대문 야시장에서 간식을 사서 루프탑 테라스의 바다 풍경과 함께 즐겨보세요.
- 아이들이 지쳤을 때 1층 공용 공간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