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묵과 소란한 웃음, 그 사이의 저녁
옥상 난간의 페인트가 낡아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손끝에 닿는 금속의 감촉은 서늘했고, 3월의 눅눅한 바닷바람은 뺨을 적당한 강도로 때렸다. 눈앞의 태평양은 짙은 청색에서 점차 무거운 회색으로 고요히 머무르고 있었다. 수평선은 마치 정교한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곧았고, 그 무심한 직선 앞에서 나는 아주 작아졌다. '내가 여기 있든 없든 바다는 그냥 거기 있겠지.' 그 압도적인 무심함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나는 폐부 깊숙이 짠 내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며, 삶의 60% 정도의 힘만 써서 숨을 쉬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저녁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풍경이었다! 우리 셋은 Yue Le Lv Dian 옥상 난간에 바짝 붙어서 누가 더 멀리 보나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고, 결국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소리를 질렀다. 거센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엉망으로 달라붙어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지만,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웃겨서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보는 바다가 이렇게 끝도 없이 넓을 줄이야. 우리가 이 낯선 곳에 함께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태평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바람에 다들 눈을 감아버려 열 장 넘게 다시 찍어야 했다.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서 더 완벽한 순간이었다.
짭조름한 기억과 왁자지껄한 식탁
공유 주방의 공기는 달궈진 기름 냄새와 알싸한 마늘 향으로 눅진하게 채워져 있었다. 시장에서 갓 사 온 지역 채소를 팬에 던져 넣자, 치익 하는 경쾌한 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공간을 메웠다. 갓 볶아낸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혀끝을 자극하는 짭조름한 간이 입안에 남았다. 내가 든 접시 가장자리에는 작은 이가 나가 있었다. 그 작은 흠집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밥을 씹었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채소의 단맛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적당한 포만감이 온몸으로 퍼지며 안도감이 찾아왔다.
우리 진짜 주방을 다 태워 먹는 줄 알았다. 누군가는 소금을 쏟아 바다 맛이 나게 만들었고, 누군가는 불 조절에 실패해 채소를 거의 숯으로 만들었다. 좁은 주방에서 서로 어깨를 밀치고 당기며 투덜거렸는데, 그 소란함이 오히려 음악처럼 들렸다. 결과적으로 맛은 그냥 그랬지만, 셋이서 낄낄거리며 나눠 먹은 그 엉터리 요리가 이번 여행 최고의 만찬이었다. 설거지 내기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내가 졌다.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배가 불러서인지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라 더 사랑스러운 저녁 식사였다.
우리가 유일하게 합의한 정적의 가치
1층의 '마인 코너'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금빛 햇살이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 알갱이들을 보석처럼 비췄다. 우리는 거기서 한 시간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각자 다른 책의 페이지를 넘기거나, 그저 멍하게 천장의 무늬를 세었다. 창밖으로는 228 연휴의 소란스러운 인파와 붉은 깃발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이 공간만큼은 진공 상태처럼 정지해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효율성에 대해 무언의 합의를 보았다.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사치스러운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푹신한 의자에 몸을 깊숙이 맡긴 채, 우리는 서로의 침묵이 얼마나 편안한지를 깨달았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같은 공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위로 쏟아지던 나른한 오후의 조각들.
- 3월의 화롄을 방문한다면 마타안 습지의 반딧불이 시기를 꼭 확인해 보세요.
- Yue Le Lv Dian 옥상 테라스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며 온전한 멍 때림의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