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화롄은 공기가 눅눅했다. 습도 77퍼센트.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 덥다고 짜증을 낼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모두가 졌다. 셔츠가 등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감각이 불쾌하지 않았다. 그저 여름의 정점에 서 있다는 생경한 기분이었다.
향편식 집으로 향했다. 빨간 기름이 둥둥 뜬 홍유초수를 시켰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새우의 탱글한 식감이 정직했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자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덥다고 투덜대면서도 젓가락질은 멈추지 않았다. 매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그 맛은 정확했다.
Yue Le Lv Dian의 공용 거실에 모였다. 누군가 "우리 그냥 계획대로 움직이지 말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그 제안에 격렬히 동의하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서로의 모습이 우스웠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과 적당한 소음이 공간을 포근하게 채웠다.
루프탑에 올라갔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날카로운 직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우리는 저 끝까지 걸어가면 세상이 끝날 것 같다는 무용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면 진짜 낭떠러지 아닐까?"라는 농담에 다들 낄낄거렸다. 파란색의 거대한 벽 같은 바다, 짭조름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마인 코너라는 작은 서재 공간이 있었다. 잠시 친구들과 떨어져 책 한 권을 폈다. 종이의 서걱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시간. 침묵이 물리적인 무게를 가지고 나를 지그시 누르는 기분이었다. 그 무게가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타인과 나 사이의 충분하고 다정한 거리였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Yue Le Lv Dian의 하얀 시트가 바스락거리며 귓가를 스쳤다. 베개의 밀도가 적당해서 머리가 깊숙이 파묻혔다. 10시간을 걸은 다리의 피로가 시트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단순하고 정갈한 방의 분위기가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백포계 친수공원으로 향하던 길에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났다. 우산을 펴기도 전에 옷이 다 젖어버렸다. 서로의 젖은 생쥐 꼴을 보고 누가 먼저 웃기 시작했다. 젖은 신발 속에서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물줄기가 오히려 쾌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채기두부를 먹었다. 차가운 두부 푸딩 위에 얹어진 달콤함이 혀끝에 닿았다. 8월의 열기가 조금은 견딜 만해졌다. 우리는 다음에도 꼭 다시 오자고 했다. 구체적인 날짜는 잡지 않았다. 그게 우리 방식이니까. 그저 함께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단순히 젖어 있었고, 그래서 좋았다.
- Yue Le Lv Dian 루프탑에서 태평양 바라보며 멍 때리기, 이건 진짜 필수 코스야.
- 향편식 홍유초수는 무조건 시켜봐. 빨간 기름의 강렬한 맛이 중독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