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허기를 깨운 건 누구였을까
Mei Lun Da Fan Dian의 14층 객실 창밖으로는 거대한 에메랄드빛 비단 천을 깔아놓은 듯한 공원 같은 정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3월의 화롄은 낮과 밤의 경계에서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피부에 부드럽게 감겨왔다. 마조 행렬을 따라 하루 종일 낯선 길을 걸어 다닌 탓에 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정신은 몽롱한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때 정적을 깨고 누군가 나지막이 배가 고프다고 속삭였다. 다들 배부르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우리는 자석에 이끌리듯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길, 발소리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두툼한 카펫의 촉감이 안락함을 더했다. 로비 근처 베이커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진한 버터 향과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우리는 그곳에서 달콤한 롱안 빵 몇 개를 샀다. 종이봉투 너머로 전해지는 빵의 미지근한 온기가 마치 여행의 작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다시 14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초췌한 얼굴을 마주 보며 낮게 낄낄거렸다. 별거 아닌 소동이었지만, 그 사소한 움직임 자체가 여행의 가장 진실한 조각처럼 다가왔다.
빵 부스러기가 흩어진 테이블 위의 고백
"너 아까까지만 해도 다이어트 한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냐?"
내가 롱안 빵을 조심스럽게 쪼개며 묻자, 친구 녀석은 이미 빵을 크게 한 입 베어 문 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빵이 나를 불렀어. 이 향기를 맡고도 참는 건 예의가 아니지."
우리는 빳빳한 호텔 침대 끝에 나란히 걸터앉아 빵을 나눠 먹었다. 롱안의 진득한 달콤함이 혀끝에 닿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쫄깃하게 씹히는 빵의 식감과 함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에서 저지른 멍청한 실수들로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정반대 방향으로 10분 동안이나 당당하게 걸었다는 게 믿겨?"
"그게 바로 이 여행의 묘미지. 덕분에 지도에도 없는 이름 모를 골목길의 정취를 다 봤잖아."
"말은 잘하네. 그때 네 당황한 표정이 얼마나 가관이었는데."
우리는 내일 누가 먼저 눈을 뜰지를 두고 유치한 내기를 했다. 3월 하순부터 시작된다는 마투안 습지의 반딧불이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반딧불이들도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겠지?"
"뭐 어때. 그냥 숲의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창밖의 초록색 잔디밭은 이제 짙은 잉크색 어둠에 잠겨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실없는 소리를 묵묵히 들어주며 테이블 위에 흩어진 빵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이 아늑한 방 안에서 나누는 시시한 농담들이 세상 그 어떤 성찬보다 만족스러웠다.
소란이 지나간 자리의 온기와 정적
빵 봉투가 비워지고 들떠 있던 대화의 파동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기분 좋은 낮은 정적이 찾아왔다. 78퍼센트의 습도를 머금은 화롄의 밤공기가 열린 창틈으로 들어와 방 안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다. 나는 욕실로 들어가 하얀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았다. 쏴아아 하며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이 되어 마음을 진정시켰다. 뜨거운 물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근육들이 천천히 이완되며 하루의 고단함이 물결을 타고 씻겨 내려갔다. 보송보송한 수건의 감촉과 은은하게 낮춰진 조명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더해주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몸을 뉘었을 때, 갓 세탁한 시트의 서늘함과 내 몸의 온기가 교차하며 묘한 쾌감을 만들어냈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감동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있고, 깨끗한 침대가 있으며, 배가 적당히 부르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성공적이었다. 굳이 내일을 위해 억지로 힘을 낼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 안온한 어둠 속에 몸을 맡긴 채 잠들면 그만이었다.
창밖의 짙은 녹색 숲 위로 희미한 달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 호텔 1층 베이커리의 롱안 빵, 달콤하고 쫄깃해 밤의 정적을 채우기 좋다.
- 따뜻한 현지 우롱차 한 잔,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고 깊은 잠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