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섞여 들어온 야식의 유혹
우산 끝에서 툭툭 떨어진 물방울이 운동화 앞코를 눅눅하게 적셨다. 2월의 화롄은 공기 중에 젖은 돌 냄새와 서늘한 흙 내음이 짙게 섞여 있었다. 태평양 등불 축제의 화려한 조명들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 형형색색으로 번져 나갔고, 우리는 그 빛의 잔상들을 밟으며 Mei Lun Da Fan Dian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누군가 나지막이 배가 고프다고 속삭였다. 정확히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결국 우리는 홀린 듯 편의점과 야시장을 들러 비닐봉지 두 개를 묵직하게 채웠다. 봉지 안에는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사 온 따뜻한 간식들과 지역 맥주 몇 캔이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거렸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쾌적한 온기가 젖은 옷가지의 눅눅함을 빠르게 지워냈고, 창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호텔의 광활한 숲속 공원은 밤의 어둠 속에서 더욱 깊고 짙은 초록색으로 고요해져 있었다.
캔맥주 거품 속에 섞인 시시한 고백들
"야, 너 아까 길 잃어버렸을 때 표정 진짜 가관이었어. 완전히 멘붕 온 표정이더라."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차이지 도우화의 우유 푸딩을 한 모금 머금으며 친구가 킥킥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쫀득한 펄을 하나 떠먹었다. 혀끝에 닿는 진한 달콤함이 온몸의 긴장을 스르르 풀어주었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탐색한 거야. 이건 모험이라고 불러줘야지."
"모험 같은 소리 하네. 그냥 지독한 방향치인 거잖아. 우리 내기했지? 이번 여행에서 제일 먼저 길 잃는 사람이 야식 쏘기로. 결국 네가 냈으니까 아주 정직한 결과네."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맥주 캔을 땄다. '칙' 하고 터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경쾌하게 깼다. 2월의 화롄 밤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지만, 은은한 노란 조명 아래서 나누는 대화는 미지근하고 편안했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대학 시절의 멍청했던 기억, 최근에 본 지루한 영화, 그리고 내일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토론 정도였다. 차이지 도우화의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서 매끄럽게 굴러다녔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보다, 이렇게 정체 모를 비닐봉지 속 음식들을 펼쳐놓고 나누는 시간이 더 밀도 있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툭툭 건드렸고, 그 무례함 속에 섞인 끈끈한 친밀함이 좋았다.
포만감이 데려다준 깊은 정적
음식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빈 캔과 작은 플라스틱 컵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대화의 파동이 서서히 잦아들고, 방 안에는 다시 안온한 고요가 찾아왔다. 나는 침대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Mei Lun Da Fan Dian의 침구는 적당한 탄성이 있어 지친 몸을 부드럽게 밀어 올렸고,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아 상쾌했다.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누워 있으니, 낮에 보았던 호텔 정원의 울창한 나무들과 정돈된 골프 코스의 푸른 능선이 떠올랐다.
창밖으로는 화롄의 밤이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습한 공기가 유리창에 얇은 막을 형성했고, 그 너머로 간간이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유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쓸 필요는 없었다. 그냥 좋은 침대에 누워 있고, 곁에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배가 적당히 부른 상태.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행이란 결국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다시 익숙한 편안함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 방의 적당한 온도와 쾌적한 습도, 그리고 친구들의 고른 숨소리가 섞인 이 공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눅눅했던 운동화가 마르는 동안, 우리는 함께 깊은 잠 속으로 고요히 머무했다.
- 차이지 도우화의 우유 푸딩: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준다.
- 화롄 야시장의 바삭한 닭튀김: 짭조름한 풍미가 시원한 맥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