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신발 한쪽을 끄물거리며 잔디 위를 뛰었다. Mei Lun Da Fan Dian의 넓은 정원은 3월의 투명한 햇살을 머금어 연한 초록빛으로 일렁였다. 아이는 정원 한편에 자리한 인공 폭포의 하얀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물이 대체 어디서 오는 거냐며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나는 그저 웃으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정답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흩날리는 물방울의 서늘한 감촉과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공원 같은 호텔의 공기 속에 녹아들면 그만이었다. 가족이라는 퍼즐의 첫 조각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10층에 위치한 럭셔리 트윈룸의 문을 열자,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의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네 식구가 머물기에 충분한 공간 속에서 두 개의 커다란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지친 몸을 던지자 구름 속에 파묻히는 듯한 푹신한 감촉이 전신을 감쌌다. 첫째는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나는 못 이기는 척 허락했다. 아이가 튀어 오를 때마다 매트리스가 규칙적으로 출렁였고, 그 리듬은 마치 느린 심장박동처럼 방 안을 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자니, 이 안온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물놀이 공원의 들뜬 함성과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조금만 발걸음을 옮겨 소나무 숲 명상 구역으로 들어서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일순간 소거된 듯한 정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란과 고요, 그 경계의 선 위에 서 있었다. 3월의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솔잎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며 서걱거리는 낮은 숨소리를 냈다. 귀를 기울였다. 서로 맞지 않아 삐걱거리던 마음의 모서리들이 그 소리에 깎여 조금씩 둥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든 코트에서의 조식 시간은 오감을 깨우는 축제였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풍미와 신선한 열대 과일의 달콤한 향이 공기 중에 촘촘하게 섞여 있었다. 둘째는 오렌지 주스를 컵에 가득 채우려다 그만 식탁보 위에 노란 액체를 조금 흘리고 말았다. 끈적거리는 액체가 하얀 천 위로 천천히 번져나갔지만,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버터를 듬뿍 바른 빵을 나누어 먹으며 다음 행선지를 속삭였다. 정직한 맛과 편안한 공기가 어우러진, 조금은 엉망이지만 완벽한 아침 식사였다.
인공 산의 능선을 따라 오후의 볕이 길게 내려앉는 모습을 관찰했다. 3월의 화련은 색채가 변주되는 시기라고 했다. 바다의 색은 무거운 잿빛을 벗어던지고 투명한 비취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산의 나무들은 더 짙은 초록을 준비하며 숨을 고른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발바닥에 닿는 흙의 촉감이 보드라웠다. 어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뺨을 스치는 쾌적한 바람과 눈부신 빛의 조각들이 빈 공간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치싱탄으로 향하는 길, 얼굴에 닿는 바람에는 짭조름한 바다의 내음이 섞여 있었다. 앞서 달려 나가는 첫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전거 바퀴가 지면을 구르는 규칙적인 마찰음이 귓가를 스쳤다. 해변에 도착해 발끝으로 둥근 자갈들을 툭툭 찼다. 거대한 파도 소리가 모든 생각을 집어삼킬 듯 웅장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소음이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고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밤, 방 안에는 작은 스탠드의 은은한 주황빛 조명만 남았다. 우리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내일의 일정을 나누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조금 더 늦게까지 이 포근한 이불 속에 누워 있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뿐이었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과 묵직한 이불의 무게감이 우리를 안전하게 감싸 안았다. 잘 닦인 유리면처럼 매끄러운 평온함이 찾아왔다. Mei Lun Da Fan Dian의 이 고요한 품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밤이었다.
현관 앞에 나란히 놓인 작은 신발 네 켤레.
-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호텔 내 소나무 숲 명상 구역을 천천히 거닐며 숲의 숨소리를 들어보세요.
- 자전거를 빌려 치싱탄 해변으로 가서 파도에 씻기는 둥근 자갈들의 노래를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