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운동화와 엉킨 가방 끈
택시 문이 열리자마자 화롄의 습한 공기가 눅눅한 담요처럼 온몸을 감싸 안았다. 2월의 이곳은 비가 잦다. 공기 중에는 젖은 바위의 비릿한 냄새와 이름 모를 광물질의 서늘한 향이 섞여 있었다. Mei Lun Da Fan Dian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정돈된 고요함 속에 우리 가족이라는 작은 폭풍이 몰아쳤다. 첫째는 가방 끈을 꼬아 쥐고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았고, 둘째는 신발 끝에 묻은 진흙을 로비의 짙은 카펫 위에 슬쩍 문질렀다.
짐은 생각보다 더 방대했다. 아이들의 옷가지와 혹시 몰라 챙긴 두꺼운 외투들이 가방 틈새로 비죽비죽 삐져나와 있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로비의 넓은 공간을 자신들만의 미지의 탐험지로 삼아 누볐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천장의 높은 돔을 타고 메아리쳤다. 소란스러웠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갈하고 품격 있는 호텔의 질서 속에 우리 가족의 무질서함이 툭 던져진 그 이질감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시내에서 달려온 피로가 로비의 서늘한 에어컨 바람에 씻겨 내려갈 때쯤, 짐을 옮겨주는 직원의 절제된 친절함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소음이 교차하며 우리는 그렇게 이곳에 도착했다.
오후 한 시 반의 특권과 물보라
이곳에서 발견한 가장 달콤한 특권은 조식 시간의 너그러움이었다. 오후 1시 30분까지 식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이번 여행에서 '효율'이라는 강박을 완전히 버리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재촉하며 전쟁을 치를 필요가 없었다. 늦게 일어난 아이들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을 때, 우리는 느릿한 걸음으로 가든 코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접시 위에 놓인 음식들은 기분 좋은 온기를 머금고 있었고,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아이들은 오렌지 주스를 컵 끝까지 찰랑거리게 채우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했고, 나는 그 옆에서 천천히 빵을 씹으며 창밖의 초록빛 풍경을 응시했다. 서두르지 않는 식사는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고,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배를 채운 뒤에는 호텔의 자랑인 수영장과 워터파크로 향했다. 2월의 공기는 여전히 서늘했지만, 물속은 포근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둘째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찰싹 붙어, 투명한 물결이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며 지나가는 모양을 한참이나 관찰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 물속에 투명한 물고기가 있어!"라고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모두가 달려가 확인했지만, 그것은 그저 오후의 햇살이 굴절되어 생긴 작은 기포였다. 하지만 아이는 실망하는 대신 그 기포를 잡으려 작은 손을 휘저었고, 그 바람에 하얀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내 옷소매가 흠뻑 젖었지만 상관없었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의 팔다리를 보고 있으면, 굳이 대단한 관광지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내의 울창한 숲속 공원을 거닐고, 젖은 몸으로 두툼한 수건에 파묻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여행이었다.
12평의 고요와 잠든 숨소리
객실은 약 12평 정도였다. 너무 넓어 공허하지도, 좁아 답답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감이었다. 200x160cm 크기의 침대에 아이 둘과 내가 나란히 누웠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촉감은 살짝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웠다. 물놀이의 여파로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포근하게 채웠다.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았다. 2월의 화롄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가느다란 빗줄기가 유리창을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시간. 화장실의 타일 온도는 발바닥에 닿았을 때 기분 좋게 차가웠고, 갓 교체한 수건에서는 깨끗한 세제 냄새와 함께 옅은 햇볕 향이 났다.
아이들이 잠든 뒤에야 비로소 온전한 '나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요구에 즉각 답하지 않아도 되는, 누구의 보호자도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하는 시간.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창밖의 어스름한 푸른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가만히 관찰했다. 침대와 창가 사이의 그 짧은 거리를 응시하며, 나는 이 정적이 주는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삶이 항상 이렇게 단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Mei Lun Da Fan Dian의 이 방 안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명료했다. 건조대 위에서 천천히 말라가는 젖은 옷가지들처럼, 내 마음의 소란함도 그렇게 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다시 짐을 싸는 시간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이제 이곳이 원래 제 집이었던 것처럼 굴었다. 둘째는 로비 소파 구석에 숨겨두었다는 작은 돌멩이를 찾겠다며 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첫째는 수영장에 한 번만 더 가고 싶다며 내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짐을 다시 가방에 밀어 넣었다. 올 때보다 훨씬 더 엉망이 된 상태였지만, 그 엉킴이 오히려 우리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의 훈장처럼 느껴져 정겨웠다. 로비를 나서자 다시 2월의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택시로 향하며 생각했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늦잠을 잤고, 마음껏 물놀이를 했으며, 아이들이 평온하게 잠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아마 또 똑같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하겠지만, 나는 기꺼이 그 혼란 속으로 다시 뛰어들 것 같다.
- 조식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늦잠을 자고 오후 1시까지 천천히 식사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일정을 추천합니다.
- 수영장과 워터파크 이용 후 체온 유지를 위해 아이들을 위한 넉넉한 크기의 가운이나 두꺼운 타월을 준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