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바람과 만두 향이 엉킨 화롄의 오후
11월의 화롄은 공기가 얇고 투명하다. 22도의 온도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다정함을 품고 있다. 거리에는 관광객들의 웅성거림과 오토바이의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리듬감 있게 섞여 다닌다. 둘째가 내 옷자락을 꼭 쥐며 묻는다. "엄마, 바람은 어디서 오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아이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근처 가게에서 갓 쪄낸 만두의 눅눅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유모차 바퀴가 보도블록 틈새에 걸릴 때마다 아이들의 작은 비명이 터져 나온다. 짐 가방의 요란한 바퀴 소리가 여행의 설렘과 육아의 고단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오후다. 적당히 어지러운 거리의 풍경이 11월의 무심한 햇살 아래 낮게 깔려 있었다.
소음의 경계를 넘어 정적의 품으로
Mei Lun Da Fan Dian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순식간에 바뀐다. 거리의 소란함이 툭 끊기고, 그 자리를 정돈된 냉기와 은은한 숲 향의 방향제가 채운다. 발바닥에 닿는 대리석 바닥의 매끄럽고 차가운 감촉이 비로소 안도감을 준다. 높은 천장이 아이들의 들뜬 웃음소리를 부드럽게 흡수하는 이곳에서, 나는 밖에서 묻혀온 거리의 먼지와 긴장을 털어낸다. 이제야 비로소 도착했다는 감각이 온몸으로 퍼진다.
우리 가족만의 작은 요새, 하얀 침대와 수증기
배정받은 방의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시트 위로 돌진한다. 푹신한 침대는 순식간에 거대한 트램펄린이 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나는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고 이 작은 요새가 주는 평온을 만끽한다. 이 방의 진정한 가치는 욕실에 숨어 있었다. 탠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나무 향이 코끝을 감싸고, 토토 욕조에서 쏟아지는 묵직한 온수가 하얀 수증기를 만들어 거울을 뿌얗게 덮는다.
따뜻한 물속에서 발그레하게 익어가는 아이들의 피부와 샴푸 거품이 콧등에 묻은 장난스러운 얼굴들. 젖은 수건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소란스러운 풍경조차 이곳에서는 하나의 완벽한 그림이 된다. 평소라면 한숨이 나왔을 상황이지만, 여기서는 그저 웃음이 났다. 밖은 여전히 낯선 타국이고 소란스럽지만, 이 밀폐된 공간 안에서 우리는 세상의 전부가 된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완전한 충만함이었다.
창틀 너머로 흐르는 초록의 위로
창문을 열자 방 안의 온기와 밖의 서늘한 공기가 교차하며 기분 좋은 소용돌이를 만든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Mei Lun Da Fan Dian이 정성껏 가꾼 넓은 잔디밭과 푸른 골프 코스가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화롄의 바다가 얇은 푸른 선처럼 아스라이 보인다. 아이들은 어느새 지쳤는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는다. 나는 창틀에 기대어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잔디 위를 낮게 가로지르는 모습을 지켜본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 가서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는 것.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잔디가 초록색이라서 좋고, 물이 따뜻해서 좋고, 내 곁의 아이들이 평온해서 좋다는 단순한 진리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아마 똑같은 방에서 똑같이 아이들을 씻기고, 똑같이 창밖의 초록을 바라볼 것 같다.
아이들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꼭 쥐고 잠들었다.
- 화롄 시내의 차이지 도우화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두유 푸딩을 맛보길 추천한다.
- 11월 중횡공로의 단풍이 절정일 때, 가벼운 외투를 챙겨 붉은 숲 사이로 드라이브를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