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라는 불청객의 습격
12월의 화롄은 바람의 변덕이 심했다.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북동풍에 기온 19도라는 숫자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고, 우리는 동대문 야시장에서 800미터를 걸어 Hua Lian Jia Qi Fan Dian으로 돌아왔다. 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가 바람에 격렬하게 펄럭이며 종아리를 툭툭 쳤고, 그 진동은 마치 빨리 방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신호 같았다. 시장통의 기름진 튀김 향과 정체 모를 알싸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에 끈적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바깥의 소란함이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듯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로비의 공기는 바깥보다 밀도가 높고 차분했으며, 낮은 채도의 대지색 톤이 주는 안도감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쌌다. 엘리베이터의 부드러운 구동음과 함께 객실 문을 열었을 때, 적당히 미지근한 공기가 젖은 옷의 한기를 천천히 걷어내 주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위에 야식 봉투를 쏟아냈다.
눅눅한 튀김과 무용한 대화들
"야, 너 아까 저녁 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번 여행에선 절대 야식 안 먹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냐."
"바람을 그렇게 맞았는데 칼로리가 다 날아갔겠지. 이건 식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섭취야."
우리는 침대 끝에 나란히 걸터앉아 갓 사 온 만두와 노란 빛깔의 챔피언 고구마를 꺼냈다. 7-8평 남짓한 공간은 우리 셋이 어깨를 맞대고 앉아 있기에 딱 적당한 크기였다. 서로의 체온이 눅눅한 공기 속에 섞여 들며 묘한 동질감을 만들어냈다.
"이 고구마, 생각보다 훨씬 달다. 혀끝에 설탕 결정이 씹히는 것 같아."
"그러게. 이 정도 당분이면 내일 아침까지는 아무것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여행 시작 전, 누가 가장 먼저 지쳐서 호텔 방으로 도망쳐 잠들 것인지 내기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내기에서 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배가 고팠고, 모두가 이 눅눅한 공기 속에서 깨어 있었다. TV에서는 알 수 없는 대만어 방송이 낮게 흘러나왔고, 우리는 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식어가는 튀김을 씹었다. 튀김옷은 이미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졌지만, 그 짭조름한 맛이 혀끝에 닿을 때 비로소 우리가 낯선 땅의 작은 방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한 색채로 다가왔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여백
음식들이 모두 사라지고 침대 위에는 텅 빈 비닐봉지와 몇 개의 휴지 조각만 남았다. 우리는 말없이 쓰레기를 모아 정리했다. 방 안에는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대지색 벽지는 조명을 받아 더 포근해 보였고, 우리는 약속 없이 동시에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관리된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등에 닿았다가 이내 체온으로 뭉근하게 변했다. 화장실의 따뜻한 비데와 깊은 욕조가 주는 안락함이 머릿속을 스쳤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화롄의 겨울 바람이 건물 외벽을 거칠게 때리고 있었지만, Hua Lian Jia Qi Fan Dian의 이 작은 사각형 공간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완벽한 요새 같았다. 누구 하나 "우리의 우정이 깊어지는 밤이야" 같은 과장된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포만감,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고른 숨소리가 있을 뿐이었다. 무용한 시간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커튼 틈으로 스며든 노란 가로등 빛이 포근했다.
- 동대문 야시장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달콤한 고구마
- 편의점에서 고른 시원한 밀크티와 짭조름한 대만식 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