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순간들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 5층의 동전 세탁기: 짤랑거리는 50원짜리 동전의 금속성 소리, 젖은 옷가지들이 둔탁하게 부딪히는 리듬, 코끝을 간지럽히는 세제 향기. 칠성탄 해변의 소금기와 모래를 털어내며 우리가 내뱉은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를 묵묵히 견뎌냈다.
- 대지색의 침구: 살결에 닿는 서늘하고 포근한 면의 감촉, 방 안을 채운 낮은 조도의 노란 빛, 깊은 밤의 정적. 계획 없는 여행의 위험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며 다 함께 쓰러져 잠든 우리의 무책임한 밤을 지켜보았다.
- 지하 1층의 조식 쿠폰: 손끝에 느껴지는 빳빳한 종이의 질감,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풍미, 몽롱한 정신. 오전 7시, 잠이 덜 깬 얼굴로 서로의 엉망인 몰골을 비웃으며 멍하게 입장하던 우리의 좀비 같은 아침을 기억한다.
- 1층의 무료 커피 머신: 치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증기, 진한 원두의 쌉싸름한 향, 안경 너머로 뿌옇게 서린 김.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서 헛웃음을 짓던 우리의 지독한 결정 장애를 모두 지켜보았다.
- 호텔 카드키: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촉감, 복도에 낮게 울려 퍼지던 숨길 수 없는 웃음소리, 떨리는 손끝. 너무 많이 웃어 손이 떨리는 바람에 문 앞에서 세 번이나 헛손질을 하고서야 겨우 방 안으로 들어갔던 우리의 들뜬 밤을 기억한다.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 수 있다면
우리는 6월의 화롄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 습도 79퍼센트의 공기는 마치 끈적한 늪처럼 피부에 달라붙었고, 28도의 기온은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습기를 폐부 깊숙이 밀어 넣었다. 결국 우리는 야심 차게 짰던 일정표를 접어두고, Hua Lian Jia Qi Fan Dian의 서늘한 에어컨 바람 아래 누워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그냥 여기서 한 시간만 더 있자"라는 누군가의 제안에 모두가 격하게 동의하며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3일 치의 옷을 챙겨왔지만 정작 입은 것은 두 벌뿐, 나머지는 캐리어 속에서 쾌적하게 잠만 잤다. 정말 엉망진창인 계획이었지만, 그 빈틈이야말로 여행의 묘미였다.
동다먼 야시장까지 가는 800미터의 길은 우리에게 거대한 정글 같았다. 누가 더 빨리 지치는지 내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길가에서 파는 망고의 진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차가운 두유 한 잔과 쫀득한 망고 조각이 혀끝에 닿는 순간, 끈적였던 불쾌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오직 달콤한 희열만이 남았다. 그 맛 하나로 우리는 다시 걸을 힘을 얻었고, 서로의 땀범벅이 된 얼굴을 보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다시 Hua Lian Jia Qi Fan Dian으로 돌아와 5층 세탁기에 옷을 밀어 넣으며 우리는 약속했다. 다음 여행에서도 이렇게 대책 없이, 그리고 멍청하게 굴자고. 쾌적한 방의 적당한 조명,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규칙적인 코골이 소리,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무용한 대화들. 특별할 것 없는 이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완벽하게 채웠다. 굳이 애써 힘내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창밖으로 멀리 보였던 산등성이에 옅은 보랏빛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 동다먼 야시장까지는 도보 15분 거리이니, 걷다 지치면 길거리 망고 디저트를 꼭 드셔보세요.
- 5층 코인 세탁실은 해변 방문 후 모래 섞인 옷을 빠르게 처리하기에 매우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