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이쪽이라고 했잖아, 이 길치야!"
"아니, 내 말이 맞다니까? 저기 빨간 지붕 보이지? 저게 바로 우리가 찾던 곳이라고!"
지도를 거꾸로 든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확신에 찬 표정으로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는 이미 같은 구간을 세 번이나 뱅뱅 돌고 있었다.
"너 때문에 기름값 더 나오게 생겼어. 제발 그 고집 좀 꺾고 내비게이션 믿자니까?"
"내비가 지금 이 험한 산길 때문에 멍청해진 거야. 내 동물적인 직관을 믿어봐!"
서로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낄낄거리는 소리가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눅눅하게 씹히는 감자칩 봉지 소리와 콧등을 스치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 그리고 덜컹거리는 엔진 소리가 뒤섞인 소란스러운 오후였다. 결국 우리는 다시 같은 길로 접어들었고, 그 황당한 상황에 다 같이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붉은 지붕이 품은 고요한 휴식
Hua Lian Yuan Xiong Yue Lai Da Fan Dian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산등성이를 따라 붉은 파도처럼 물결치는 지붕들이었다. 대만 화롄의 야생적인 초록빛 산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유럽풍의 건축물은 묘한 이질감을 주었지만, 그 생경함이 오히려 일상의 지루한 긴장을 단숨에 풀어주었다. 로비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생화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배정받은 해경 객실의 문을 열자마자 압도적인 공간감이 밀려왔다. 발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키는 두툼한 카펫의 포근한 촉감과, 몸을 던지면 그대로 깊게 파묻힐 것 같은 거대한 화이트 톤의 침대가 우리를 반겼다. 바스락거리는 고밀도 면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자 비로소 여행의 실감이 났다. 창문을 살짝 열자 10월의 미지근한 바람이 섞인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밀려 들어왔고, 냉방 장치의 일정한 낮은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발코니 너머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태평양의 짙은 푸른색이 잉크를 풀어놓은 듯 펼쳐져 있었고, 멀리 산 능선에는 은빛 억새들이 바람의 결을 따라 파도처럼 일렁였다. 호텔 내의 스파나 수영장 같은 화려한 부대시설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하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비스듬한 오후의 햇살이 우리 사이의 어색한 공백을 따스하게 메웠고, 우리는 그 빛의 온도 속에서 아주 느리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낮은 조명 아래 나누는 진심
"아까 먹은 그 완탕, 생각나? 붉은 기름이 둥둥 떠 있던 거."
은은한 오렌지빛 스탠드 조명만 켜둔 방 안, 폭신한 베개에 머리를 깊숙이 묻은 채 침대 머리에 기대앉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밤의 정적 속으로 낮게 깔렸다. 혀끝을 알싸하게 자극하던 매콤한 홍유초수의 맛이 여전히 입안에 맴돌았다. 얇은 만두피 속에 꽉 찬 새우의 탱글함과 붉은 기름의 진한 풍미가 떠오르자 다시금 기분 좋은 허기가 지는 기분이었다.
"응. 꽤 좋았지. 근데 우리, 이번 여행에서 진짜 찾으려고 했던 게 뭐였지?"
누군가 던진 질문에 대답 대신 깊은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아스라한 파도 소리가 그 빈틈을 촘촘하게 채웠다.
"글쎄. 어쩌면 그냥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는 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을지도 몰라."
낮의 소란스러움이 썰물처럼 완전히 빠져나간 자리, 우리는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심 어린 위로를 나누었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더 소중한 것은, 함께 침묵할 수 있는 이 공간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밤이었다.
창밖의 붉은 지붕 위로 10월의 달빛이 얇은 은사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 화롄 시내에서 맛보는 매콤한 홍유초수로 여행의 미각을 깨워보세요.
- Hua Lian Yuan Xiong Yue Lai Da Fan Dian의 셔틀버스를 타고 해양공원을 산책하며 바다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