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바다 내음이 섞인 3월의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굽이진 산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붉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Hua Lian Yuan Xiong Yue Lai Da Fan Dian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지형이 조금씩 높아질 때마다 옆자리에 앉은 당신의 호흡이 천천히 고요해지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그 고요한 리듬에 맞춰 내 마음의 소란을 잠재웠다. 엔진 소리가 낮게 깔리는 차 안, 창문을 조금 열자 20도 남짓한 시원한 공기가 밀고 들어와 가디건 소매 끝을 적셨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산등성이를 넘었다. 붉은 벽돌과 하얀 기둥이 조화를 이룬 유럽풍 건축물들은 낯선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 건조하고 정갈한 풍경이 오히려 엉킨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었다. 객실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발끝에 닿는 두툼한 카펫의 질감이었다. 몸을 던지자 적당한 탄성이 등을 밀어 올렸고, 카펫은 우리가 내딛는 모든 발소리를 다정하게 삼켜버렸다. 방 안에는 은은한 나무 향과 갓 세탁한 시트의 깨끗한 세제 향이 섞여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창밖을 보았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끝없이 뻗어 있었고, 바다의 색은 회청색에서 조금씩 비취색으로, 다시 깊은 남색으로 변해갔다. 누군가 바다 밑바닥에서 조명을 바꾼 것처럼, 빛의 각도에 따라 물결의 색이 매 순간 달랐다. "바다 색이 정말 묘하네," 당신이 나직하게 읊조린 말 한마디가 정적 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욕실의 매끄러운 타일 위로 쏟아지는 물의 온도가 피부에 닿을 때 딱 적당했고, 그 온기 덕분에 긴장했던 근육들이 천천히 이완되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뷔페에서는 접시들이 부딪히는 규칙적인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바삭하게 구워진 오리 요리의 껍질이 입안에서 툭 터지며 진한 풍미를 퍼뜨렸고, 우리는 서로에게 '더 행복해지자'거나 '힘내자' 같은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접시에 담긴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화롄 시내의 야경을 관찰했다. 점점이 박힌 불빛들이 마치 누군가 실수로 쏟아버린 보석 상자처럼 반짝였다. 호텔 옆 해양공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 안,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얕은 잠에 든 당신의 옆모습을 보았다.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눈꺼풀과 조금 벌어진 입술, 그 무방비한 모습이 꽤 괜찮아 보여 나는 몰래 미소 지었다. 로비로 돌아오는 길에 직원이 수건으로 정성껏 접어 만든 작은 코끼리 인형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걸 보며 아주 짧게, 하지만 분명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잠시 깨뜨렸지만, 곧 다시 찾아온 조용함은 우리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커튼을 젖히자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빛이 방 안의 먼지 입자들까지 하얗게 비추었다. 다시 발코니에 섰을 때, 바다 냄새가 섞인 바람이 뺨을 스쳤고 절벽 위에는 이름 모를 야생 백합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봄의 짙은 내음이 배어 있었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과 내일 아침이면 다시 그 비취색 바다를 볼 수 있다는 확신만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수평선 너머가 어두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깨와 어깨가 살짝 닿아 있었고, 그 온도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했다.
- 셔틀버스를 타고 해양공원을 거닐다 이름 없는 벤치에 앉아 끝없는 바다를 바라볼 것.
- 이른 아침, 발코니에서 태평양의 수평선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찰나를 가만히 지켜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