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호텔 가운을 입었다. 소매가 너무 길어 작은 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엄마, 나 이제 투명 인간이야!" 아이는 정말로 자신이 사라졌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하얀 뭉치 같은 모습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발끝에 닿는 카펫의 푹신한 감촉 덕분에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만은 대리석 복도 끝까지 맑게 울려 퍼졌다. 그 소란함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리가 여행의 빈틈을 다정하게 채워주는 것 같았다.
침대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천장의 우아한 무늬를 멍하니 세다가 고개를 돌리니, 통창 너머로 태평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2월의 바다는 깊은 심해를 닮은 짙은 남색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하겠지만, 내게는 이 무용함이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휴식이었다. 갓 세탁한 린넨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셔틀버스의 묵직한 엔진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Hua Lian Yuan Xiong Yue Lai Da Fan Dian에서 해양공원까지 가는 길은 굽이진 산길이었다. 아이들은 창문에 코를 붙인 채 밖을 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소란스러운 소음 속에서 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2월의 서늘한 공기와 비 온 뒤의 젖은 흙 냄새가 버스 안의 온기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저기 좀 봐!"라고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밀려왔다.
조식 뷔페의 고소한 버터 향이 아침 공기를 가득 채웠다.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아이는 접시에 알록달록한 열대 과일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렸다. 잘 익은 망고 한 조각을 씹으며, 나는 이 느릿한 식사 시간이 주는 충만함을 만끽했다. 높은 천장 아래로 접시와 포크가 부딪히는 가벼운 금속음, 주변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낮은 대화 소리들이 부드러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배가 부르자 비로소 주변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의 햇살이 호텔의 붉은 지붕 위에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유럽풍의 강렬한 붉은색과 대만 동해의 투명한 푸른색이 만나는 지점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했다. 빛은 길게 늘어져 카펫 위에 짙은 그림자를 그렸고, 나는 그 그림자의 길이를 가만히 재며 시간을 보냈다. 2월의 햇살은 뜨겁지 않고 적당히 미지근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음속의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아이의 작은 손에 낡은 인형 하나가 들려 있었다. 해양공원에서 샀다는, 털이 군데군데 뭉친 조잡한 물건이었지만 아이는 그것을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처럼 품에 안고 잠들었다. 내 낡은 운동화는 어느새 방구석에 짐짝처럼 놓여 있었다. 신발 끈이 풀린 채로 툭 쓰러져 있는 모습이 꼭 내 상태 같았다. 억지로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무력함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했다.
밤이 되자 가족 모두가 발코니에 섰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밤공기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서로의 어깨가 살짝 닿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Hua Lian Yuan Xiong Yue Lai Da Fan Dian 주변의 야경이 보였다. 대단한 감동은 없었지만, 그냥 여기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나쁘지 않은, 아주 다정한 고요였다.
파도 소리가 방 안까지 밀려들어 왔다.
- 아이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해양공원을 방문해 보세요. 이동이 편리해 아이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 이른 아침, 발코니에서 태평양의 일출을 감상해 보세요. 2월의 서늘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