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유치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빳빳한 흰색 침구: 6월의 눅눅한 습기를 단숨에 잊게 만드는 서늘하고 바스락거리는 감촉. 누가 창가 자리를 차지해 태평양의 푸른 수평선을 독점할 것인가를 두고 벌인 치열하고도 유치한 말싸움, 그리고 결국 가위바위보 한 판으로 결정된 허망한 결말을 이 시트는 묵묵히 기억하고 있다.
뷔페의 커다란 원형 접시: 코끝을 찌르는 진한 망고의 달콤한 향기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노란 빛깔. 접시가 휘어질 정도로 과일을 쌓아 올리던 우리의 탐욕스러운 모습과, 그 광경을 보며 "적당히 좀 먹어, 제발"이라고 툭 내뱉던 친구의 헛웃음 섞인 핀잔을 온몸으로 견뎌냈다.
셔틀버스 창문: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태평양의 짙은 청색과 그 위로 부서지는 하얀 포말의 소음. 말을 잃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던 우리 사이의 낯선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깨고 다시 터져 나온 "배고프다"는 시시한 농담들을 투명하게 투과시키며 우리의 유치함을 세상에 알렸다.
유럽풍 발코니의 난간: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촉감과 멀리 보이는 화롄 산맥의 완만한 능선이 주는 평온함. 졸업 사진을 찍겠다며 억지로 멋진 포즈를 잡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 누군가의 엉성한 몸짓과, 그걸 보고 배꼽을 잡고 웃던 우리의 소란스러움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플라스틱 방 키 카드: 손가락 끝에 닿는 매끄럽고 딱딱한 감촉과 도어락에 닿을 때의 가벼운 전자음.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다 지쳐 돌아온 밤, 카드를 찾지 못해 가방 속의 모든 짐을 바닥에 쏟아냈던 우리의 허둥지둥함과, 결국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카드를 보며 지었던 허탈한 표정을 지켜봤다.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고발한다면
물건들이 말을 한다면, 우리를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시끄러운 침입자들'이라 불렀을 것이다. Hua Lian Yuan Xiong Yue Lai Da Fan Dian의 고풍스러운 영국식 건축물과 우리의 무질서한 웃음소리가 섞이는 모습은 꽤나 이질적이었을 테니까. 붉은 지붕 아래서 나눈 대화에는 대단한 철학이나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계획 따위는 없었다. "내일 아침엔 무조건 늦잠 자자"거나 "지금 누워있는 침대가 구름처럼 포근해" 같은 사소한 감탄뿐. 물건들의 눈에 비친 우리는, 6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망고를 씹으며 태평양의 거대한 푸른색에 압도당한 채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서툰 어른들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호텔의 수영장과 스파 시설을 샅샅이 훑고 다닌 모순을 비웃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란함 덕분에 정적인 공간에 생생한 온기가 돌았다는 점은 인정해 주지 않았을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못난 점을 툭툭 건드리며, 이 낯선 공간을 우리만의 작은 아지트로 만들었다.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되긴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우리는 더 크게 웃으며 그 질문을 바다 너머로 던져버렸다.
창밖의 태평양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 새벽 6시, 발코니에 서서 태평양의 일출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과정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볼 것.
- 호텔 셔틀을 타고 오션파크에 가서 물개들의 평온한 표정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