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진짜 여기가 맞다고 생각한 거야?"
"분명히 역에서 가깝다고 했잖아!" 억울함이 섞인 외침이 화롄의 서늘한 11월 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 우리는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씩 끌며 보도블록 위로 요란한 소음을 뿌리고 있었다. "가깝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게 문제지. 내 기준에선 이건 거의 등산이었다고!"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캐리어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뒤섞여 골목을 채웠다. 정문 앞에 도착해 고개를 드니 웅장한 건물이 우리를 압도하듯 서 있었다. "와, 근데 여기 분위기 뭐야? 우리 생각보다 너무 고급스러운 데로 온 거 아냐?" "그러니까. 우리 꼬질꼬질한 옷차림이랑 너무 안 어울리는데. 그냥 이대로 들어가도 되나?" 우리는 서로의 흙먼지 묻은 운동화를 내려다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우리는 그 무거운 짐들을 당당하게 끌고 로비로 진입했다.
대리석의 서늘함이 건네는 뜻밖의 환대
Jing Dian Jia Ri Fan Dian의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바깥의 소란함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듯 툭 끊겼다. 발바닥에 닿는 대리석과 화강암의 서늘한 감촉이 걷는 내내 맺혀 있던 땀방울을 식혀주었고, 공기 중에 은은하게 감도는 고급스러운 디퓨저 향이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내밀한 고급스러움이 공간의 밀도를 채우고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선 객실은 도시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 안식처 같았다. 특히 대리석으로 마감된 욕실은 조명을 받아 매끄럽게 빛났고, 물기가 닿았을 때 느껴지는 그 매끄러운 질감은 정갈한 쾌적함을 선사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적당한 탄성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11월의 화롄은 평균 22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누워있기 좋은 온도였다.
다음 날 아침,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 식당으로 향했다. 짙은 색의 목재 가구들이 공간의 무게감을 잡고 있었고, 유럽풍의 아치형 창문 사이로 금빛 아침 햇살이 길게 쏟아져 들어왔다. 창가 자리에 앉아 갓 추출한 커피의 쌉싸름한 향을 맡으며 밖을 보았다. 화롄역과 가까워 도심의 활기가 창 너머로 느껴지면서도, 호텔 내부는 이상하리만큼 정적이 흘렀다. 이 기분 좋은 괴리감이 좋았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중식과 서양식 조찬 중에서 우리는 이것저것 접시에 가득 담았다. 따뜻한 수프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이곳의 공간은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충분히 편안했고, 그 사실만으로도 머무를 가치가 충분했다.
새벽 두 시,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진심
"그 새우 요리, 진짜 생각보다 괜찮았지." 방 안의 조명을 낮추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나지막이 말했다. 리유탄에서 맛본 활조하의 탱글한 식감이 여전히 혀끝에 맴도는 듯했다. "응. 처음엔 너무 관광객용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게 묘하게 중독성 있더라." 누군가 하품을 섞어 답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리유탄의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11월의 바람은 뺨을 적당히 스쳤고, 호수 위에 내려앉은 햇살은 부서지는 은박지처럼 반짝였다. "중횡공로의 단풍이 그렇게 예쁘다는데, 내일은 갈 수 있을까?" "글쎄. 그냥 더 자다가 일어나서 결정하자.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이번 여행의 진짜 묘미잖아."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낄낄거렸다. 낮의 소란함이 걷히고 난 자리에는 적당한 온기와 서로의 숨소리만 남았다. 더 바랄 게 없는 밤이었다.
창밖의 달빛이 대리석 바닥 위로 은빛 비단을 길게 깔아두었다.
-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자전거를 빌려 화롄 시내의 숨은 골목들을 천천히 탐색해 보세요.
- '화롄 샹볌스'에 들러 알싸한 풍미가 일품인 홍유초수를 꼭 맛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