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엉뚱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 대리석 바닥: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 발끝에 닿는 단단한 냉기. 캐리어 바퀴가 내는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우리들의 어설픈 진입을 지켜봤다. "야, 조심해!"라는 외침과 함께 신발 끝이 살짝 미끄러지며 내뱉은 짧은 탄성, 그리고 서로의 짐 가방이 둔탁하게 부딪히던 그 소란스러운 첫인상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 하얀 침대 시트: 빳빳하게 다려진 서늘한 촉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세제 향. 야시장에서 배를 가득 채우고 돌아와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라도 하듯 다이빙했던 찰나의 순간을 기억한다. 눅눅해진 옷가지와 섞인 옅은 땀 냄새, 그리고 곧바로 찾아온 깊은 잠의 묵직한 무게를 오롯이 받아내며 우리의 무방비한 코골이까지 묵묵히 견뎌냈다.
- 아치형 창문: 아침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 투명한 유리, 창틀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의 서늘함.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와 진한 커피 향 사이로, 오늘 어디로 갈지 끝없이 투덜대며 결정하던 우리들의 소란스러운 아침 식사 시간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자"며 웃던 우리의 목소리에 맞춰 유리창이 미세하게 떨리던 풍경이 선명하다.
- 욕실의 커다란 거울: 습기로 뿌옇게 변한 불투명한 표면, 피부에 닿는 뜨거운 수증기의 온기. 축제에 가기 전, 서로의 옷차림을 평가하며 낄낄거리던 소란스러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손가락으로 대충 닦아낸 작은 구멍 사이로 보였던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삐져나온 머리카락, 그리고 "이 정도면 완벽해"라고 자화자찬하던 뻔뻔한 얼굴들까지 모두 기록했을 것이다.
- 호텔 대여 자전거: 차가운 금속 프레임의 단단함, 손끝에 전해지는 2월의 알싸한 바람. 시내를 누비며 느꼈던 속도감과 뺨을 스치는 서늘한 공기를 기억한다. 누군가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터져 나왔던 비웃음과, 그럼에도 "오히려 좋아, 여기가 더 예쁜데?"라고 말하던 낮은 목소리가 자전거 체인 소리와 섞여 흐르던 순간을.
이 무생물들이 우리의 수다를 기록했다면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 수 있다면, 아마 우리를 '다정한 소음의 침입자들'이라고 정의할지도 모르겠다. 계획은 늘 엉망이었고, 내기는 매번 빗나갔지만, Jing Dian Jia Ri Fan Dian의 견고한 벽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며 오히려 안도했다. 특히 대리석 욕실의 매끄러운 냉기는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고, 매일 아침 제공되던 풍성한 조식의 온기는 우리를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2월의 화롄은 적당히 서늘했고, 그 서늘함 덕분에 우리는 더 가까이 붙어 앉아 차이지의 율무 우유를 나눠 마셨다. 입안에 남는 율무의 고소함과 적당한 단맛이 공기 중의 습도와 어우러져 마음까지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우리 다음에도 꼭 같이 오자"는 뻔한 약속이 공기 중에 떠다녔고, 우리는 그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억지로 힘내라는 말 대신,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곁에서 적당한 거리의 온기를 유지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배웠다.
창밖으로 내리는 가느다란 비와 방 안의 노란 조명이 포근하게 어우러진 밤.
- 자전거를 빌려 화롄 시내와 야시장까지 천천히 달려보길 권한다.
- 2월의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리위탄 주변을 느긋하게 걷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