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화롄은 공기부터가 묵직했다. 비가 그친 뒤의 거리는 젖은 암석에서 배어 나오는 특유의 서늘한 광물 냄새와 눅눅한 흙내음이 뒤섞여 있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옅은 안개를 뚫고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Jing Dian Jia Ri Fan Dian의 로비는, 바깥의 습기를 단숨에 밀어내는 정직하고 포근한 온도를 품고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대리석과 화강암의 매끄러운 표면 위로, 낮은 채도의 노란 조명이 마치 액체처럼 부드럽게 깔려 있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팽개치고 로비를 가로질러 뛰었고, 그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높은 천장에 부딪혀 맑게 울려 퍼졌다. 나는 그 무용한 소음 속에서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가족의 생동감이 공간을 채우는 그 순간이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가장 완벽한 안도감이었다.
우리가 함께 만진 다섯 가지의 기억 조각들
1. 대리석 바닥.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고 매끄러워 마치 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거울처럼 맑은 표면이 천장의 조명을 그대로 반사해 발치에 작은 별들이 내려앉은 듯 보였다. 둘째가 가장 먼저 이 차가움을 발견하고는 양말 신은 발로 빙글빙글 미끄러지며 아이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2. 아치형 창문. 짙은 갈색의 나무 틀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화롄의 하늘을 정갈하게 잘라내고 있었다. 조식 식당의 유럽식 창문 너머로 2월의 옅은 햇살이 액체처럼 쏟아져 들어왔고,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들이 빛의 줄기를 따라 느리게 유영했다. 첫째가 창가에 바짝 붙어 밖을 내다보며, 빛의 모양이 꼭 정교하게 깎아낸 조각 같다고 속삭였다.
3. 패밀리룸의 침대. 몸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내며 깊게 잠기는 적당한 푹신함이 마치 구름 속에 파묻히는 기분을 선사했다. 갓 세탁한 시트에서는 빳빳하고 깨끗한 세제 냄새가 났고, 연결된 대리석 욕실의 청량한 공기가 방 안을 감돌았다. 하루 종일 화롄의 습한 바람을 맞으며 걷고 돌아온 내가 가장 먼저 몸을 던졌을 때 느낀 지독한 안도감이었다.
4. 주황색 종이 등불. 태평양 등불 축제의 밤, 얇은 종이 질감이 밤바람에 가늘게 떨리며 낮은 숨을 쉬고 있었다. 등불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주황빛이 아이들의 뺨을 따스하게 물들였고, 주변은 온통 몽환적인 금빛으로 가득 찼다. 아이들이 먼저 달려가 등불 속에 작은 손을 넣어보며, 잡히지 않는 빛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5. 따뜻한 두유 푸딩. 혀끝에 닿는 촉감이 비단 한 겹을 바른 듯 매끄러웠고, 과하지 않은 단맛이 입안에서 천천히 파도처럼 퍼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푸딩 한 숟가락을 먼저 맛본 배우자가, Jing Dian Jia Ri Fan Dian에서 맞이한 이 온기가 화롄의 서늘한 겨울 공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온도라고 중얼거렸다.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꽉 쥐고 있었다.
- 화롄 기차역에서 매우 가까우니, 짐은 호텔에 맡기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동대문 야시장의 거리 음식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 2월의 화롄은 바람이 쌀쌀하므로,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체온 유지에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