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엉뚱함을 지켜본 다섯 가지 물건들
리우 향수병: 차가운 유리병의 매끄러운 촉감과 코끝을 찌르는 쌉싸름한 숲의 내음. 어떤 향을 고를지 10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하던 우리들의 엉뚱한 얼굴을 기억한다. 결국 선택한 중성적인 흙 내음이 방 안의 공기를 천천히 물들였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낯선 도시의 품에 안겼음을 실감했다.
금사 타로 크로와상: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경쾌하게 바스라지는 페이스트리의 소리와 혀끝을 감싸는 진한 버터의 풍미. 누가 더 많이 먹나 유치한 내기를 하며 입가에 노란 가루를 잔뜩 묻힌 채 낄낄거리던 그 소란스러움을 기억한다. 달콤한 타로의 묵직함이 전해지는 순간, 우리는 빽빽했던 여행 계획표를 구석으로 밀어 놓았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 빳빳하게 잘 말려진 면의 서늘한 감촉과 은은하게 배어 있는 세탁 세제의 깨끗한 향기. 새벽 세 시까지 이어진 결론 없는 수다들, 어릴 적 기억이나 좋아하는 영화의 사소한 장면들에 대해 떠들다가 결국 모두가 동시에 기절하듯 잠든 그 무거운 정적을 묵묵히 지탱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들리던 마찰음은 그 밤의 유일한 배경음악이었다.
채식 접시: 정갈하게 놓인 채소들의 선명한 색감과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다채로운 식감. 스스로 고기 없이는 못 산다던 친구가 뜻밖의 담백함에 놀라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던 그 낯선 만족감을 지켜봤다.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한 아침 식사였고, 우리는 그 접시 위에서 4월의 평화로움을 보았다.
호텔 슬리퍼: 발바닥에 닿는 푹신하고 보드라운 감촉과 복도의 정적 속에 울려 퍼지던 가벼운 발소리. 내일은 어디로 갈지, 어떤 모험을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눕기로 결정한 우리의 게으른 발걸음을 기억한다. 목적지 없는 산책이 주는 해방감을 가장 잘 아는 물건이었다.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두고 '가장 이상한 투숙객'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지도를 보는 대신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걸었고, 유명한 관광지를 정복하는 대신 Hua Lian Lan Tian Li Chi Fan Dian의 우아한 향기가 감도는 로비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여기 정말 교토 같지 않아?"라는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으며 장군부의 일본식 건축물 사이를 지나던 순간,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흙소리와 낡은 나무 벽의 짙은 갈색이 4월의 햇살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고층 객실의 창가에서 내려다본 화롄의 시내와 멀리 보이는 바다의 경계는 마치 수채화처럼 번져 있었다. 4월의 화롄은 온통 파란색이었다. 하늘은 투명했고, 바다는 깊었으며, 우리의 기분은 적당히 나른한 파란색이었다. 삶의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고, 그저 잘 구워진 크로와상을 먹고 깨끗한 시트 위에 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60%의 힘만 쓰기로 한 약속은 잘 지켜졌다. 나머지 40%의 에너지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눅눅하고 따뜻한 바람에 맡긴 채, 우리는 서로의 엉망인 모습에 투덜거리면서도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푸른 바다의 숨결이 닿은, 가장 나른했던 4월의 조각.
- 로비의 우아한 향기와 함께 제공되는 티타임으로 여행의 긴장을 풀어보세요.
- 고층 객실에서 화롄의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