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축제의 밤, 서로 다른 두 개의 기억
"진짜 헐, 우리 이번 여행에서 누가 제일 먼저 길 잃을지 내기했잖아. 결과는? 셋 다 잃었지!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원색의 등불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에 어디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 사람들에 밀려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낯선 골목이었어. 그런데 그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히려 웃기더라. 서로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라고 투덜대며 걷는데, 그 소란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묘미였지. 화롄의 밤은 생각보다 시끄러웠고, 우리는 그 거대한 소음의 일부가 되어 함께 웃고 떠들었어."
"비에 젖은 아스팔트에서 눅눅한 광물 냄새가 올라왔다. 화롄의 2월은 공기가 무겁고 습하다. 소란스러운 축제 거리의 소음을 뒤로하고 Hua Lian Lan Tian Li Chi Fan Dian 로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건 리우 향수의 깊은 잔향이었다. 동부 해안의 오래된 약초와 짙은 숲을 압축해 놓은 듯한 중성적인 향기. 로비에 마련된 정갈한 웰컴 스낵과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온기를 되찾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워 그 향기를 가만히 맡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무용한 정적이 방 안을 채웠고, 나는 그제야 깊은 숨을 내뱉었다."
하나의 식탁, 엇갈린 미각의 기록
"너네 그 금사 타로 크로와상 먹었을 때 표정 기억나? 진짜 대박이었지. 금빛으로 구워진 바삭한 껍질이 입술에 닿는 순간, 안에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타로 앙금이 묵직하게 꽉 차 있어서 다들 한동안 말을 잃었잖아. '크로와상계의 에르메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더라고. 우리는 그 작은 빵 두 개를 두고 누가 더 많이 먹나 유치하게 싸웠지. 결국은 쪼개어 나눠 먹었지만, 혀끝에 남은 그 진한 버터 향과 타로의 풍미는 지금 생각해도 생생해. 화롄에서 맛본 것 중 단연 최고였어."
"다음 날 아침, 뤼보랑에서 마주한 채식 조식은 정갈함 그 자체였다. 특히 담백하게 조리된 채소 솥밥은 씹을수록 곡물 본연의 단맛이 은은하게 퍼져 나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곁들이니 몸속에 고여 있던 2월의 냉기가 천천히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창밖으로는 낮게 내려앉은 흐린 하늘이 보였고, 식당 안에는 나지막한 대화 소리만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혀가 잠시 쉴 수 있는 시간. 단순한 식사였지만, 그 담백함이 주는 위로가 충분했다. 배를 채우는 것보다 마음을 고요해지는 일에 더 가까운 아침이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합의한 정적
우리는 여행 내내 사소한 것으로 다퉜다. 어디를 먼저 갈지, 무엇을 먹을지, 누가 더 많이 걷게 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Hua Lian Lan Tian Li Chi Fan Dian 의 빳빳하고 깨끗한 시트 위에 몸을 던진 순간만큼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호텔 문을 열면 바로 동대문 야시장의 활기가 넘치고, 5분만 걸으면 일본식 건축물이 늘어선 장군부 1936 구역의 고즈넉함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합의했다. 적당한 온도의 방 안에서 느껴지는 안락함,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보는 것보다, 그냥 여기 누워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여행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그것은 이 여행에서 우리가 찾아낸 가장 정직하고 달콤한 즐거움이었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느리게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 리우 향수 10ml를 선택할 때, 가장 숲의 깊은 내음이 강한 향을 고를 것.
- 뤼보랑 조식 후, 젖은 공기를 마시며 장군부 1936 구역을 천천히 산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