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타로와 버터의 묵직한 위로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입에 넣은 것은 금사 우니 크로와상이었다. '에그타르트 계의 에르메스'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가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혀끝에 닿는 타로의 달콤함은 예상보다 묵직했고, 그 뒤를 따라오는 버터의 짭짤한 풍미가 절묘한 균형을 잡았다. 우리는 로비의 낮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말없이 빵을 씹었다. 화롄의 9월 공기는 적당히 건조했고, 빵의 온기는 손끝을 통해 천천히 심장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거창한 미식의 경험은 아니었지만, 허기가 가시고 배가 조금 찼다는 감각만으로도 낯선 도시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지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옷 위에 떨어진 작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맛과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입안에 남은 타로의 잔향이 꽤 오래 머물렀다. 나쁘지 않은, 아니 꽤 다정한 시작이었다.
나무의 숨결과 서늘한 시트가 주는 안식
입안에 남은 달콤한 기억은 자연스럽게 Hua Lian Lan Tian Li Chi Fan Dian의 객실 안으로 이어졌다.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친 것은 리우 향수였다. 대만 동해안의 깊은 산과 강에서 온 약초를 썼다는 그 향은, 인위적인 꽃향기가 아니라 젖은 흙과 마른 나무껍질이 섞인 듯한 중성적인 냄새였다. '연습여유'라는 패키지 설명처럼, 방 안의 공기는 서두르지 않는 느릿한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시트는 피부에 닿는 순간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운 촉감을 남겼고, 창밖으로 보이는 11층의 풍경은 도시의 소란함을 지운 채 멀리 푸른 바다의 끝자락을 살짝 보여주었다.
다음 날 아침, 2층 뤼보랑 채식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조식은 정갈함 그 자체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 요리와 선명한 색깔의 채소들이 접시 위에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들이 밤새 잠들어 있던 미각을 차분하게 깨워주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곁들이며 창밖을 보았다. 9월의 화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의 하얀 무늬를 세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자리에는 리우의 잔향만이 낮게 깔려 있었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좋았다. Hua Lian Lan Tian Li Chi Fan Dian이 제공하는 이 공간의 밀도와 온도, 그리고 옅은 향기가 주는 안락함이면 충분했다.
서로의 향기가 섞이는 찰나의 거리
우리는 함께 리우 향수 10밀리리터 병을 골랐다. 여러 가지 향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우리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서로가 좋아하는 향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은 나의 취향이 상대에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다. 나는 숲의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나무 냄새를 집어 들었고, 상대는 조금 더 가벼운 풀잎 향을 선택했다. 그러다 문득, 서로의 손목에 향수를 묻혀 보았다. 내 손목의 짙은 나무 향과 상대의 싱그러운 풀 향이 공기 중에서 섞이자, 묘하게 어울리는 새로운 냄새가 났다. "나쁘지 않네"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오갔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긍정이 담겨 있었다.
거창한 고백이나 약속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취향이 섞이는 그 찰나의 순간이 좋았을 뿐이다. 우리는 다시 침대에 누워 각자의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호흡을 맞췄다. 함께 있다는 사실이 소음처럼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정적의 일부가 되는 경험이었다. 서로의 발끝이 살짝 닿았지만 누구도 치우지 않았다. 그 적당한 거리가 우리에게는 가장 편안한 거리였다. 작은 유리병 하나가 손바닥에 닿는 묵직한 무게감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화롄의 가을은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우리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있었다.
창밖으로 9월의 별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 시내의 '화롄 향편식'에서 따뜻한 홍유초수를 맛보는 것.
- 밤의 리위탄에서 빛의 향연을 따라 천천히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