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의 초록 식물들. 12월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복도, 하얀 벽면을 따라 늘어선 초록 잎들이 마치 정적 속에 피어난 작은 섬처럼 선명했다. 옅은 흙 내음이 섞인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잎사귀의 개수를 세며 낮은 속삭임을 나누었다. "이 아이는 이름이 뭘까?" 막내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는 식물에게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기억난다. 소란스러움마저 포근하게 감싸 안는 초록의 위로였다.
아침 8시의 흰 죽. 뷔페식으로 차려진 식탁 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 죽 한 그릇이 마음을 먼저 데웠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가 아침의 정적을 깨우고, 갓 구운 토스트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첫째는 처음엔 너무 심심한 맛이라며 투덜거렸지만, 결국 두 그릇을 비워내며 "생각보다 계속 당기는 맛이야"라고 중얼거렸다. 입가에 묻은 달콤한 잼과 따스한 온기가 몸속으로 천천히 퍼져나가며 가족의 아침을 깨웠다.
묵직한 대용량 샴푸 통. 일회용품 대신 놓인 커다란 펌프 용기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오히려 든든한 신뢰로 다가왔다. 손바닥에 닿는 액체의 쫀득한 점성과 은은하게 퍼지는 비누 향이 욕실의 미지근한 공기와 어우러져 쾌적함을 더했다. 내가 먼저 이 방식이 지구를 위한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 지구를 지키는 중이지?"라며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꺄르르 웃었다. 타일의 적당한 온기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던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쌉싸름한 목과유. 창화 거리의 날카로운 찬 바람을 뚫고 마신 차가운 음료 한 잔. 처음엔 강렬한 단맛이 혀끝을 자극하다가, 끝에 남는 목과 특유의 쌉싸름한 여운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배우자가 "이게 진짜 현지의 맛이야"라며 한 모금 더 권했을 때, 차가운 유리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느리게 흘러내렸다. 12월의 투명한 하늘 아래서 마신 그 맛은, 마치 겨울의 색깔을 액체로 만든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용 거실의 커피 향. 24시간 열려 있는 티미오스 인의 공용 공간에는 낮은 기계음과 함께 진한 커피 향이 안개처럼 머물러 있었다. 아이들이 간식 바구니 앞에서 무엇을 먹을지 진지하게 토론하는 동안, 나는 구석진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그 풍경을 관조했다. 누군가 짐을 풀고, 누군가 지도를 살피는 일상적인 소음들이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특히 티미오스 인의 도미토리는 개별 칸막이가 잘 나누어져 있어, 공용 공간의 활기와 개인적인 휴식 사이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60%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고 싶을 때, 이 느슨한 연대감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았다.
현관문을 나서며 아이의 외투 깃을 세워주었고, 우리는 다시 따스한 온기를 품고 길을 나섰다.
- 12월 말에 방문한다면 팔괘산 대불 광장에서 펼쳐지는 '월영등축제'의 환상적인 빛의 향연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 호텔에서 도보 거리의 현지 육원 가게에 들러, 쫀득한 식감과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창화의 맛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