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한 도사님과 1300개의 계단"
"야, 너 아까 칠성령 올라갈 때 표정 봤냐? 거의 해탈한 도사님인 줄 알았어!" 지훈의 짓궂은 외침이 로비의 높은 천장에 메아리쳤다. 나는 땀으로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올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1300계단이 장난이야? 이건 등산이 아니라 거의 고행 수준이었다고!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었어." 숨을 헐떡이며 항변하자, 옆에서 민지가 낄낄거리며 거들었다. "고행치고는 너무 헉헉거렸는데? 너 내일은 그냥 호텔 침대랑 물아일체 되기로 약속해. 걷는 건 오늘로 끝이야."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몰골을 보며 배꼽을 잡았다. 3월의 미지근한 공기가 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서로를 깎아내리는 대화만큼은 청량했다. 흙먼지 냄새와 섞인 옅은 땀 냄새가 우리 사이를 메웠고, 우리는 그렇게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를 끌고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푸른 바다와 황금빛 온천이 머무는 방
Yan Bo Da Fan Dian Su Ao Si Ji Shuang Quan Guan의 9층 코너 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수오 항구의 나른한 풍경이다. 회청색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느릿하게 궤적을 그리는 모습은, 도시의 속도에 지친 마음을 차분히 고요해지혀 준다. 이 방의 정점은 단연 대만에서도 보기 드문 '쌍천'의 조화다. 먼저 몸을 담근 황금빛 철질 온천은 마치 녹인 호박색 보석 속에 들어온 듯 따스하고 묵직하게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온도는 칠성령의 가파른 계단에 짓눌렸던 다리의 피로를 천천히 녹여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미네랄의 향이 감돌았다. 이어 옮겨간 섭씨 22도의 투명한 냉천은 피부에 닿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명징한 서늘함을 선사했다. 뜨거움과 차가움, 그 극명한 대비 사이를 오가다 보면 몸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완전한 이완의 상태에 빠져든다. 매끄러운 돌 욕조의 촉감과 규칙적으로 찰랑이는 물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채웠다. 빳빳하게 잘 마른 흰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등 뒤로 느껴질 때, 비로소 여행의 피로가 하얀 거품처럼 흩어졌다. 은은한 간접 조명이 방 안을 따스하게 감싸고, 창밖으로 보이는 항구의 느린 움직임은 마치 시간이 이곳에서만 잠시 멈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Yan Bo Da Fan Dian Su Ao Si Ji Shuang Quan Guan의 공간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지친 영혼을 씻어내고 다시 채우는 정화의 장소였다.
밤의 끝자락, 낮아진 목소리로 나누는 진심
"통화 꽃, 정말 눈부시게 하얗더라." 민지가 창밖의 짙은 어둠을 응시하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응, 꼭 하늘에서 하얀 가루를 흩뿌려 놓은 것 같았어." 우리는 낮에 보았던 순백의 잔상을 함께 떠올렸다. 3월의 이란은 그렇게 시리도록 하얗고 푸르렀다. "마조 행렬의 그 소란함이 이렇게 한순간에 고요해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그 시끄러웠던 북소리가 아직 귀에 남은 것 같아." 지훈의 말에 우리는 말없이 잔 속의 얼음을 달그락거렸다. "그게 여행의 묘미지. 극단적인 소음 끝에 찾아오는 이 지독한 평온함. 너희랑 같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 더 이상 서로를 놀리지 않는, 오직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시간. 눅눅한 수건의 냄새와 은은한 온천수의 향기가 섞여 방 안을 포근하게 감쌌다. 우리는 거창한 약속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안온함을 공유하며 각자의 생각 속으로 깊이 고요히 머무했다.
창밖 항구의 등대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이며 밤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 수오 냉천 공원에서 56년 전통의 '빠푸'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산책하기
- 남방오 항구의 이른 아침, 어민들의 활기찬 움직임을 관찰하며 하루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