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가방 네 개와 세 명의 작은 소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캐리어 네 개가 대리석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2월의 이란 공기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고, 아이들의 겉옷에는 이미 정체 모를 얼룩들이 훈장처럼 묻어 있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둘째는 로비 소파 아래 어두운 틈새로 기어 들어갔고, 첫째는 천장의 화려한 조명 개수를 세느라 정신이 없었다. Yan Bo Da Fan Dian Su Ao Si Ji Shuang Quan Guan의 로비는 충분히 넓었지만, 우리 가족이 뿜어내는 소란함은 그 공간을 순식간에 좁게 만들었다. 다행히 직원분이 건네준 따뜻한 웰컴 티의 은은한 향이 날카로워진 신경을 조금 고요해지혀 주었다.
짐을 옮기는 과정은 늘 그렇듯 작은 전쟁이었다. 수건과 여분 옷가지, 알록달록한 장난감이 뒤섞인 가방들이 복도에 길게 늘어섰다. 객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은 비명 같은 환호성과 함께 안으로 돌격했다. 침대 위로 몸을 던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제야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으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밖은 쌀쌀했지만, 실내의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해 안도감이 밀려왔다. 계획했던 일정은 이미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졌다. 그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이 공간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수오 만의 회색빛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만나는 흐릿한 경계가 마치 우리 가족의 어수선한 시작과 닮아 보였다.
예상 밖의 발견, 그리고 살결을 파고드는 냉기
아이들은 '더블 스프링'이라는 거창한 개념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물이 나오는 곳이 두 군데라는 단순한 사실에 열광했을 뿐이다. 탄산수소염천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 마치 피부 위에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듯 미끄러운 촉감이 전해졌다. "엄마, 내 팔이 미끄러워서 안 씻겨요!" 첫째의 외침에 둘째가 까르르 웃으며 물을 튀겼고, 욕실 바닥은 금세 작은 호수가 되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포근한 물 온도가 온몸을 감싸 안으며 낮 동안의 피로를 녹여내고 있었으니까.
호텔 밖으로 나가 찾은 수오 냉천 공원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섭씨 22도의 물이라고는 하지만, 2월의 칼바람을 맞고 들어간 몸에는 꽤나 날카로운 자극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엔 발끝만 살짝 담그며 주춤거렸지만, 이내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내기를 시작했다. 차가운 물속에서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생경했다. 우리는 근처에서 땅콩 롤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끈적한 땅콩의 진한 단맛과 얼음처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엉켰고, 혀끝에 남는 고소한 풍미가 꽤 오래도록 맴돌았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온천은 어디서 오는 거야?"라고 물었다. 나는 지질학적 설명 대신 "땅속에 아주 커다란 주전자가 있어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거야"라고 답했다. 정교한 논리보다 단순한 상상이 더 잘 통하는 나이. 아이들의 운동화는 이미 흙탕물로 엉망이 되었지만, 내 손을 잡은 작은 손의 온기만큼은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모두가 잠든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시간
아이들이 잠든 방 안에는 무거운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침대 위에 널브러진 옷가지들과 읽다 만 그림책들이 마치 치열했던 전장의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욕조에 물을 받았다. 쏴아아, 규칙적으로 차오르는 물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Yan Bo Da Fan Dian Su Ao Si Ji Shuang Quan Guan의 객실 내 온천은 오직 나만을 위해 허락된 작은 도피처였다.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천천히 밀어 넣자, 하루 종일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팽팽하게 긴장했던 어깨 근육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눈을 감으면 창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바람 소리가 느껴졌다. 2월의 동북 계절풍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였다. 뽀얀 수증기가 시야를 가리고, 물의 온도가 피부를 포근하게 감싸 안자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념들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누군가는 이를 휴식이라 부르겠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절대적인 자유에 가까웠다.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려왔다. 평소에는 그렇게 시끄럽던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만 허락되는 이 정적이 사무치게 좋았다. 욕조에서 나와 창가에 섰다. 밤의 수오 만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멀리 항구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밤하늘의 별을 따다 바다 위에 쏟아놓은 작은 보석들 같았다. 젖은 머리를 말리지 않은 채 그 풍경을 응시하며, 나는 지금 이 순간의 적당한 온기와 고요함이 내일을 견디게 할 유일한 힘이 될 것임을 깨달았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을 느끼며 누운 침대는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요람이었다.
두고 가는 것과 마음속에 담아가는 것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뜻밖에도 이곳이 너무 좋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던 아이들이었다. 둘째는 호텔 복도 구석에서 발견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보물처럼 쥐고 놓지 않았다. 짐을 챙기다 발견한 아이의 양말 한 짝을 가방 구석에 쑤셔 넣으며, 나는 우리가 이곳에 두고 가는 것이 단순히 짐뿐만이 아님을 느꼈다. 로비를 나설 때 닿은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어제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몸속 깊은 곳에 저장해 둔 온천의 온기가 여전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완벽한 가족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고, 계획했던 명소의 절반도 가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아이들의 젖은 신발, 함께 나누어 먹은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그리고 잠들기 전의 짧은 정적. 여행은 무언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곳의 공기와 온도 속에 머물다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조금은 엉망이 된 모습으로, 하지만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운 상태로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 수오 냉천 공원에서 섭씨 22도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온천의 극명한 온도 차를 경험해 보세요.
- 남방아오 항구 근처에서 끈적하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땅콩 롤 아이스크림을 꼭 맛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