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라는 이름의 다정한 음모
우산 끝에서 툭툭 떨어진 빗방울이 신발 앞코를 눅눅하게 적셨다. 12월의 이란은 생각보다 더 축축하고 서늘했으며, 공기 중에는 짠 바다 내음과 젖은 아스팔트의 향이 섞여 있었다. Wu Shi Gang oa hotel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젖은 어깨를 보고 낄낄거렸다. 객실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압도적인 색채였다. 창밖의 겨울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짙은 파란색 벽지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마치 깊은 심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저녁 식사 때 분명 배가 터질 것 같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눕히자마자 마음 한구석에 정체 모를 공백이 생겨났다. 결국 누군가 먼저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배고픔을 느끼는지 내기를 하자는 엉뚱한 제안을 던졌고, 우리는 패배를 인정하며 다시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돌아온 비닐봉지 속에는 정체불명의 지역 과자와 캔맥주, 그리고 온기가 남아 있는 빵들이 들어 있었다. 무용한 일에 이토록 진심인 우리다운 행보였다.
바삭한 소음과 무책임한 진심들
"너 아까 옥상 온천 수영장에서 물 온도 너무 뜨겁다고 비명 지른 거 기억나? 진짜 꼴불견이었어."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과자 봉지 사이로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섞여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낄낄거렸다. 누군가는 12월에 서핑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다 외오 해변의 칼바람에 5분 만에 항복하고 돌아온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지하 1층 게임 공간의 오락기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승부욕을 불태우던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을 쳤다.
"근데 진짜, 여기 침대 뭐야. 너무 푹신해서 그냥 여기서 겨울잠 자고 싶어."
한 친구가 베개에 얼굴을 깊숙이 묻으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 말에 격하게 동의하며 각자 가져온 간식을 씹었다. 짭조름한 과자 맛이 혀끝에 퍼졌고, 창밖으로는 Wu Shi Gang oa hotel 너머 항구에 정박한 요트들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누워서, 먹고, 서로의 못난 점을 끄집어내어 비웃는 것. 그게 이 여행의 전부여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 무책임함이 주는 해방감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구이산다오로 나가는 배를 탈지, 아니면 정오까지 늦잠을 잘지 두고두고 논쟁했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그 무의미한 논쟁 자체가 이 밤의 가장 달콤한 안주였다.
파란 어둠 속에 고요해지는 시간
봉지는 비워졌고,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방 안에는 이제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과 간간이 들려오는 먼 바다의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채웠다. 불을 끄자 방 안은 심해의 농도를 닮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다.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항구의 불빛이 벽지의 파란색과 섞여 묘한 보랏빛 색조를 만들어냈다. 젖은 옷을 말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던 기억이 피부 끝에 희미한 온기로 남아 있었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었다. 좋은 곳에 왔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으며, 배가 불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누군가는 이 여행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저 이 쾌적한 침구의 감촉과 적당한 온도,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좋았을 뿐이다. 겨울 새벽의 빛깔을 닮은 이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꿈속으로 천천히 고요히 머무했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우리가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이 포근한 정적 속에 머무는 것이 최선이었다.
창밖의 요트 한 척이 아주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 현지 편의점에서 파는 달콤한 타로 밀크티와 짭짤한 해산물 칩의 조합을 추천한다.
- 호텔 내 오에이 피자에서 갓 구운 피자를 포장해 객실에서 영화와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