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세 개가 엉킨 로비의 소란스러운 오후
"누가 예약했더라?"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던 찰나, 로비 바닥에는 세 개의 캐리어가 엉킨 채 굴러다녔다. 5월의 이란은 공기마저 눅눅했다. 피부에 닿는 습한 기운 사이로 야생 생강꽃의 달콤한 향과 바다의 짠내가 묘하게 섞여 들었다.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와 우리의 유치한 내기가 로비를 채웠고, 직원의 무심한 미소를 마주하고서야 우리가 Wu Shi Gang oa hotel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Wu Shi Gang oa hotel에서 배운 네 가지 무용한 진실
파란색에도 층위가 있다는 것: 발코니 너머로 펼쳐진 바다는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었다. 짙은 남색부터 투명한 하늘색까지, 겹겹이 쌓인 색의 층이 객실 안까지 스며들어 마치 거대한 수족관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내가 물속을 유영하는지, 아니면 그저 파란 방에 머무는 것인지 헷갈리는 묘한 쾌적함이 밀려왔다.
배고픔은 인간을 가장 정직하게 만든다는 것: 오에이 피자의 대기 줄 앞에서 우리는 평소의 다정함을 잊었다. "너 아까 배 안 고프다며!"라는 날 선 외침이 오갔지만, 갓 구운 치즈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마자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화해의 조각을 나누어 먹었다. 허기가 채워지자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아주 단순한 생존의 원리였다.
물속에서는 모든 고민이 부력처럼 가벼워진다는 것: 루프탑 온천 수영장에 몸을 담그면, 뜨거운 물의 무게가 어깨의 긴장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시선 끝에 점처럼 흩어진 요트들과 뺨을 스치는 미지근한 바람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생산적인 휴식임을 깨달았다. 물결에 몸을 맡기면 마음속 찌꺼기들도 함께 떠내려가는 것 같았다.
완벽한 시설보다 하찮은 결함이 더 오래 기억된다는 것: 객실의 헤어드라이어는 마치 장난감처럼 작고 소란스러웠다. 바람은 약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며 그 무능력한 기계의 소음에 배를 잡고 웃었다. 다이슨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아주 사소하고 웃픈 진실을 배운 순간이었다.
계획표의 빈칸을 채운 외아오 해변의 무심한 산책
박물관으로 향하려던 계획은 어느덧 파도 소리에 씻겨 내려갔다. 우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호텔 문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나타나는 외아오 해변의 모래는 생각보다 거칠어 발가락 사이사이로 서걱거리는 촉감이 전해졌다. 수평선 너머로 거북이섬의 희미한 실루엣이 보였고, 서핑 보드를 든 이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정적인 풍경에 리듬을 더했다.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 아래, 우리는 아무런 목적 없이 해변을 가로질렀다. "그냥 이렇게 걷는 게 최고지 않아?" 누군가의 나지막한 말에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5월의 이란에 핀다는 야생화는 끝내 찾지 못했지만, 발끝을 적시는 바닷물의 적당한 온도와 친구들의 시시한 농담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특별한 사건 하나 없는 무심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선명한 조각으로 남았다. 다시 돌아온 Wu Shi Gang oa hotel의 파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을 때, 옷가지에 배어든 짠 내조차 포근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
침대에 누워 바라본 천장이 바다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 루프탑 온천 수영장에서 요트 항구를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 보내기
- 외아오 해변에서 거북이섬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느리게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