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오후, 서로 다른 두 개의 파랑
방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겹겹이 쌓인 파란색의 층위였다. '해해인생' 객실은 벽지부터 소품까지 푸른 빛을 입혀, 마치 거대한 수족관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주었다. Wu Shi Gang oa hotel의 방 안에서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발가락 끝에 닿는 서늘한 바닥의 감촉을 느꼈다. 창밖 우시항의 요트들은 정지 화면처럼 고요했고, 커튼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느릿한 각도마저 하나의 정물화가 되었다. 무색무취한 정적이 밀려오는 이 공간에서, 나는 바다와 방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진짜 믿기지 않겠지만, 문을 열자마자 우리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비명을 질렀다. 창문을 열자마자 쏟아져 들어오는 바다 뷰가 정말 압도적이었으니까! 발코니에 서면 우시항에 정박한 하얀 요트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데, 이건 정말 카메라 렌즈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동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푹신한 침대로 다이빙하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그냥 계속 살아도 되겠는데?" 누군가의 농담에 우리는 배를 잡고 웃었다. 계획했던 일정 따위는 이미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저 이 파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텐션은 최고조였다.
같은 식탁, 다른 기억의 맛
아홉 개의 칸으로 나뉜 나무 트레이는 정교한 격자무늬의 지도 같았다. 칸마다 담긴 음식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젓가락으로 생선회 한 점을 집어 차가운 간장에 살짝 찍었을 때, 혀끝에 닿는 탄력과 짭조름한 온도가 짧고 강렬하게 교차했다. 밥알의 끈기와 채소의 아삭함, 그 구체적인 질감들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의 소음은 어느덧 먼 파도 소리처럼 아득해졌다. 과하지 않은 간과 적당한 온도, 그것은 내 마음의 소란을 잠재우는 정직한 식사였다. 오로지 맛의 순서에만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화려한 구성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홉 가지 요리가 예쁘게 담긴 트레이가 나오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부터 꺼내 들었다. "잠깐, 각도 좀 바꿔봐!" 서로의 인생 사진을 남겨주느라 정작 음식은 조금씩 식어갔지만, 그 소란스러운 과정 자체가 여행의 묘미였다. 어떤 메뉴가 가장 맛있는지 내기를 하고, 서로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배가 부른 것보다 함께 웃고 떠드는 그 공기가 마음을 더 꽉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역시 여행은 이런 북적거림 속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우리가 유일하게 동의한 순간
옥상 온천 수영장에 몸을 담갔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췄다. 10월의 이란 공기는 서늘했고, 피부를 감싸는 물 온도는 포근한 담요 같았다.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구이산섬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서늘한 바람과 뜨거운 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우리는 각자의 침묵을 공유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같은 평온을 느끼고 있다는 확신, 그 묘한 쾌적함이야말로 Wu Shi Gang oa hotel에서 보낸 시간 중 우리가 유일하게 완벽히 동의한 정점이었다.
호텔 문이 부드럽게 닫히며, 우리의 파란 기억이 갈무리되었다.
- 지하 1층 게임룸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며 여유를 즐길 것
- 새벽녘 옥상 수영장에서 구이산섬의 윤곽을 가만히 관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