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이란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누가 먼저 짐을 잃어버릴지 내기를 했지만, 정작 잃어버린 건 체온이었다. 코끝이 발갛게 익어갈 때쯤 Lv Wu Guo Ji Guan Guang Fan Dian 로비에 들어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차가운 칼바람을 밀어내고 눅눅하면서도 포근한 온기가 솜사탕처럼 피부를 감쌌다.
밤 9시 30분, 해피아워의 시작을 알리는 갓 튀긴 음식 냄새가 복도를 타고 흘러나왔다. 바삭한 튀김과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짭조름한 루웨이 한 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맛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보며 낄낄거렸다. 혀끝에 닿는 진한 간장 향이 비로소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우리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유카타를 차려입은 친구가 거울 속 우리를 보며 헛웃음을 쳤다. 빳빳하고 무거운 천이 몸을 누르는 감각이 낯설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 무게감이 좋았다.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 것 같은 묘한 해방감. 우리는 그 어색한 옷차림으로 정원을 느릿하게 거닐었다.
카피바라가 유유히 헤엄치는 호수 위로 보트를 띄웠다. 정적을 깬 건 옆에서 짚라인을 타며 지르는 친구의 비명 소리였다. 호수 너머까지 울려 퍼지는 그 소란함이 오히려 주변의 고요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역설. 우리는 그 비명을 배경음악 삼아, 아무 말 없이 일렁이는 물결만 바라보았다.
후로 욕장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뜨거운 물의 무게가 지친 어깨를 지그시 누르는 감각. 피부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몸과 물이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으니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물소리만 남았고, 12월의 추위는 피부 끝에서부터 천천히 녹아내려 사라졌다.
Lv Wu Guo Ji Guan Guang Fan Dian의 '잔' 해경 객실은 새벽의 푸른 빛을 가장 먼저 머금었다.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걷는 짧은 다섯 걸음,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푹신한 촉감이 잠결을 더 깊게 만들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새벽 공기와 대비되는 이불 속의 온기. 무용한 시간의 가치를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밤중에 로비를 지나는데, 아무도 없는 자동문이 스르르 열렸다. 우리는 동시에 얼어붙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당황한 우리와 달리 카운터 직원은 아주 익숙하다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 호텔의 문은 가끔 혼자서 손님을 맞이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 작은 소동을 안주 삼아 한참을 떠들었다.
돌아오는 길, 다시 12월의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유카타의 묵직한 온기가 여전히 몸 어딘가에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적당히 게을렀을 뿐. 그것만으로도 이번 연말은 충분히 밀도 높은 기억으로 채워졌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오후.
- 밤 9시 30분 해피아워는 필수. 갓 튀긴 튀김과 루웨이의 조합이 환상적이야.
- 유카타 입고 정원을 천천히 걸어봐. 사진보다 그 분위기에 취하는 게 더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