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의 무게로 내기를 했다. 누가 가장 쓸데없는 짐을 많이 챙겼는지. 결과는 셋 다 처참했다.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Tai Dong Hai Ping Mian Min Su의 노란 외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오의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노란색이었다. 체크인을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짐 가방 속에 든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며 바보 같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남북만두관의 내부는 사람들의 온기와 소란함으로 가득했다. 갓 쪄낸 만두에서 피어오른 하얀 김이 안경알에 눅눅하게 서렸다. 얇은 피 사이로 투명하게 배어 나온 육즙이 입안에서 톡 터졌고, 짭조름한 간장이 혀끝에 닿는 순간 비로소 이곳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화려한 기교 없이 정직하게 빚어낸, 다정한 맛이었다.
우리가 묵은 곳은 파란색 타일이 벽면을 촘촘히 채운 바다 테마 룸이었다. 한 친구가 침대에 대자로 눕더니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바다를 보러 와서 방 안에서 또 바다를 흉내 낸 곳에 있네." 그 엉뚱한 통찰에 우리는 한참을 낄낄거렸다. 방 안에는 옅은 바다 내음과 함께 낯선 곳에서의 설렘이 몽글몽글하게 피어올랐다.
숙소 고양이 우궈위는 지독히 무심했다.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출을 보겠다고 굳게 약속했지만, 결과는 셋 다 9시까지 깊은 숙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우궈위가 문턱에 앉아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계획만 거창한 인간들의 게으름을 비웃는 듯한, 서늘하고도 명확한 눈빛이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았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묵직하고 아늑했다. 11월의 타이둥 공기는 적당히 서늘해서, 물 밖으로 살짝 내놓은 어깨 위로 소름이 돋았다. 다시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 명확한 온도 차이가 정신을 맑게 깨워주는 기분이 좋았다.
발코니 난간에 기대어 섰다. Tai Dong Hai Ping Mian Min Su 바로 아래로 거친 바위들이 흩어진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규칙적인 파열음이 귓가를 때렸다. 하얀 거품이 일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됐다. 그 단조로운 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생각들이 파도에 씻겨 내려갔다.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가 잊고 간 작은 소지품을 조심스럽게 건네주셨다. 마치 본인이 실수한 것처럼 미안해하며 수줍게 웃으시는 손길. 그 다정함이 과하지 않고 담백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다시 짐을 꾸렸다. 11월의 타이둥은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 더욱 고요했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었다. 다만 적당한 온도, 적당한 소음, 그리고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적당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여행이었다.
발코니에 남겨둔 찻잔 속의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 남북만두관의 만두는 꼭 드셔보세요. 정말 정직한 맛이에요.
- 일출 내기는 하지 마세요. 우궈위가 비웃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