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0, 햇살이 내려앉은 노란 테라스
아이의 잠옷 단추가 하나 잘못 채워져 있었다. 서둘러 고쳐주려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이미 테라스 밖 태평양의 푸른 품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Tai Dong Hai Ping Mian Min Su의 외벽은 짙은 노란색이다.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은 그 색채는 눈이 시릴 만큼 선명했다. 잘 가꾸어진 유럽풍 건물이라는 정갈함보다는, 누군가 어린 시절의 설렘을 담아 정성껏 칠해놓은 커다란 색종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세심한 주인장이 객실로 직접 가져다준 조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냄새가 11월의 서늘하고 알싸한 아침 공기와 섞여 코끝을 간지럽혔다. 첫째는 오렌지 주스를 컵 가장자리에 조금 흘렸고, 둘째는 빵 조각을 접시 밖으로 밀어내며 "아빠, 저 바다 속에 진짜 물고기가 살고 있어?"라고 천진하게 물었다. 대답 대신 나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짙은 남색이었던 바다가 해가 떠오름에 따라 연한 보라색과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찰나.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었지만,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마음속 빈 공간을 촘촘하게 메우는 느낌이 꽤 다정하게 다가왔다.
14:00, 푸른빛이 스며든 해양 주제 객실
한바탕 외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방은 여전히 쾌적한 서늘함을 머금고 있었다. 우리가 묵은 곳은 바다의 풍경이 액자처럼 그대로 들어오는 해양 주제 객실이었다. 방 안의 전체적인 색조가 창밖의 바다와 닮아 있어, 어디까지가 벽이고 어디부터가 수평선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이들은 문을 열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욕조로 돌진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몽글몽글한 거품을 냈다. 아이들은 하얀 거품을 산타클로스의 수염처럼 입가에 붙이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욕조 너머로 보이는 태평양의 수평선은 숨이 멎을 듯 고요했지만, 욕조 안은 작은 물보라가 튀는 전쟁터였다. 물이 바닥에 튀고 수건이 젖어 엉망이 되었지만, 굳이 정리하려 들지 않았다. 발바닥에 닿는 젖은 타일의 매끄럽고 차가운 촉감이 오히려 해방감을 주었다.
발리풍의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섞인 공간에서 아이들이 내는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벽에 부딪혀 기분 좋게 되돌아왔다. 평소라면 "조용히 해야지"라고 다그쳤겠지만, 이곳에서는 그 소음조차 풍경의 일부, 혹은 여행의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따뜻한 물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창밖의 파도를 가만히 응시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된 셈이었다.
19:00, 파도가 빚어낸 암석 해변의 산책
저녁 식사를 앞두고 Tai Dong Hai Ping Mian Min Su 바로 맞은편에 펼쳐진 해변으로 나섰다. 고운 모래사장보다는 거칠고 투박한 암석들이 널려 있는 곳이다. 11월의 타이둥 바람은 적당히 서늘해, 얇은 겉옷을 걸치고 걷는 길이 더없이 쾌적했다. 아이들은 바위 틈새에 숨어 숨을 죽이고 있는 작은 게나 조개를 찾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주인장이 추천해준 현지 식당 리스트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남북만두관 같은 오래된 가게의 이름을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적어준 메모지 한 장이 무엇보다 다정하게 느껴졌다. 화려한 사진이 가득한 가이드북보다, 이곳의 공기를 잘 아는 이의 투박한 추천이 훨씬 더 믿음직스럽게 다가오는 법이다.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강렬하게 때렸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섞인 바람이 콧등을 스쳤다.
아이의 운동화 끝에 바닷물이 튀어 젖었지만, 아이는 개의치 않고 더 깊은 바위 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억지로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거나 여행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거친 바위가 거기 있고, 끝없는 바다가 거기 있으며, 우리가 함께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 그 단순한 진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꽉 찼다. 이후 저녁으로 맛본 현지 음식의 뜨끈한 온기가 몸속으로 천천히 퍼지며 하루의 피로를 녹여내었다.
22:00, 정적이 흐르는 밤의 발코니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방 안에는 이제 규칙적이고 평온한 숨소리만 남았다.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발코니로 나갔다. 낮의 그 소란함이 모두 꿈이었던 것처럼, 주변은 지독할 정도로 고요했다. 멀리 푸구앙 어항의 작은 불빛들이 검은 바다 위에 점점이 박혀 밤하늘의 별과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그 선명한 노란 벽이 이제는 어스름한 달빛을 받아 차분하고 우아한 상아색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말 없이 나란히 앉아 밤바다가 들려주는 낮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마음의 박동을 진정시켜 주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고독하다고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생애 가장 밀도 높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가족 여행이란 결국 서로의 다름을 견뎌내고 그 틈을 메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엉뚱함과 나의 무심함, 그리고 아내의 세심함이 뒤섞여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완벽하게 맞물리지 않는 퍼즐 조각 같지만, 오히려 그 틈새로 시원한 바다 바람이 지나가는 것이 좋았다.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아침이 시작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이 꽤 만족스러웠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보드라운 담요를 어깨에 깊숙이 둘렀다.
발가락 사이에 남은 모래알의 까끌함이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았다.
- 푸구앙 지질공원의 암석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파도 소리에 마음을 맡겨보길 권한다.
- Tai Dong Hai Ping Mian Min Su의 조식을 신청해 발코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