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소동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물건들
- 하얀 시트: 빳빳한 면의 감촉과 서늘한 가을 공기. 자전거 페달을 밟다 지쳐 쓰러진 세 성인의 거친 숨소리와 눅눅한 땀 냄새를 묵묵히 받아내던 포근한 안식처.
- 조식 뷔페의 단자이면 그릇: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과 쫄깃한 면발의 유혹. 스스로 면을 말아 올리겠다며 호기롭게 덤볐지만, 결국 엉망진창으로 엉킨 면발과 함께 우리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담아낸 그릇.
- 야식 뷔페의 금속 집게: 차가운 스테인리스의 질감과 짤랑거리는 소리. 달콤 짭조름한 양념 장어의 마지막 한 조각을 두고 벌어진 소리 없는 전쟁의 주역이자, 10분간의 치열한 논쟁을 지켜본 증인.
- 에어컨 리모컨: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감촉. 9월의 타이둥은 온화했지만, 방 안만큼은 북극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우리의 욕망이 버튼 위에 고스란히 각인된 작은 지휘봉.
- 현관의 자전거 헬멧: 딱딱한 외피와 땀에 젖은 턱끈의 냄새. 밖에서는 대단한 탐험가인 척 굴었지만, 돌아와서는 껍데기처럼 툭 던져진 모습. 모험의 끝이 얼마나 허무하고 안락한지를 보여주는 상징물.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아마 그들은 우리를 '계획만 거창한 게으름뱅이들'이라고 부르며 낄낄거릴 것이다. 우리는 9월의 청명한 하늘 아래 타이둥의 해안선을 따라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자전거 바퀴가 지면을 긁는 규칙적인 소리, 뺨을 스치는 눅눅하면서도 시원한 바람, 그리고 코끝에 닿는 옅은 바다 내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탐험의 조건이었지만, 실제로는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푹신한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야, 그냥 여기서 한 시간만 더 쉬다 나가자." 누군가의 나른한 제안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일부 객실에 마련된 일본식 요의 정갈한 느낌은 우리를 더욱 게으르게 만들었다. 바닥에 몸을 밀착시켰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은 마치 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강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괜찮았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는 여행, 그 무용함이 주는 쾌적함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으니까.
밤 9시, 야식 뷔페에서 마주한 양념 장어의 진한 풍미는 지금도 혀끝에 생생하다. 고소한 기름기와 달콤 짭조름한 소스가 입안에서 맴돌 때, 우리는 비로소 이번 여행이 성공적이라고 확신했다. 대단한 풍경을 정복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멍하니 누워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갈구하던 진짜 휴식이었다.
방 안은 환했다. 과하게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조도. 그 빛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몰골을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9월의 밤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창밖으로 들려오는 낯선 도시의 소음은 오히려 우리만의 작은 성벽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안심의 소리였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런 성취 없이,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럽게 시간을 낭비했다.
아침에 일어나 마주한 조식 뷔페는 또 다른 소란의 장이었다. 직접 만드는 단자이면을 만들며 누가 더 그럴듯한 모양을 만드는지 내기를 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과 쫄깃한 면발. 정답이 없는 맛이었지만, 그 순간의 소란스러움이 좋았다.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 로비의 정갈한 공기와 대비되는 우리의 무질서함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내라'거나 '더 열심히 돌아다니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좋은 것을 좋다고 했고, 졸리면 잤다. 9월의 타이둥은 그렇게 우리에게 느슨한 허락을 해주었다. 빡빡한 일정표 대신 헐거워진 운동화 끈을 묶으며,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무용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밤하늘에 쏟아질 듯 걸려 있던 은하수가 기억난다.
- 야식 뷔페의 양념 장어는 필수. 저녁 식사는 가볍게 비워두길 추천한다.
- 9월의 타이둥 시내에서 자전거를 빌려 해변 공원까지 천천히 달려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