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행은 이 시간에 먹는 게 제일 맛있잖아"
"저거 먹어볼래?"
너는 뷔페 접시를 든 채 턱 끝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장난기 어린 눈매가 조명 아래서 가늘게 휘어졌다.
"지금 이 시간에?"
"원래 여행은 이 시간에 먹는 게 제일 맛있잖아."
"그렇긴 해."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야식 코너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눈이 시릴 만큼 환한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갓 조리된 음식의 눅진한 향기와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 그리고 식기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섰지만 어깨는 닿지 않았다. 그 적당한 틈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며 묘한 편안함을 만들어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쳐 만들어낸 다정한 거리감
객실로 돌아와 하얀 시트가 빳빳하게 펴진 침대에 몸을 뉘었다.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넓고 밝았으며, 어떤 방에는 정갈한 일식 요가 깔려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더했다. 천장의 높은 개방감 덕분에 옆에 누운 너의 고른 숨소리가 너무 가깝지 않게, 딱 기분 좋은 거리에서 들려왔다. 5월의 타이둥은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창문을 조금 열자 바다의 짠 기운과 이름 모를 백합의 달콤한 향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걷다 보면 옷깃이 눅눅해지고 운동화가 무거워졌지만, 그 끈적임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싫지 않았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밀도가 마치 따뜻한 물속을 걷는 것처럼 묵직했다.
다음 날 아침, 직접 고명을 얹어 먹는 단자이 면의 짭조름한 국물과 탱글한 면발이 잠든 감각을 깨웠다. 서툰 손길로 고명을 올리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너의 눈빛에는 말 없는 다정함이 서려 있었다. 우리는 산위안만의 동랑 가니발로 향했다. 쏟아지는 음악 소리가 파도 소리를 집어삼키고 있을 때, 갑작스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산을 찾는 대신 그냥 젖은 채로 걷기로 했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빗방울의 촉감과 젖어 무거워진 옷가지들이 몸을 감싸 안았다. 아무런 생산성 없는, 그야말로 무용한 짓이었지만 그 무용함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찾던 진짜 목적지였을지도 모른다. 타이둥 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낯선 풍경들이 마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체크아웃을 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손끝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선명했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결국 꽤 괜찮은 기억의 무늬가 되었다.
방 안의 불을 끄자, 창밖으로 5월의 밤공기가 밀려들어 왔다.
- 우리 다음엔 늦은 밤 야식 메뉴를 미리 정해둘까.
- 비가 오면 그냥 젖은 채로 같이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