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분명히 충전기 빼먹었지?"
"아니거든! 이번엔 진짜 완벽하게 챙겼어!" 지수가 억울한 듯 소리를 질렀다. "그럴 리가. 저번 여행에서도 그랬잖아. 너의 건망증은 타이둥의 습도보다 더 일정해." 민준의 짓궂은 농담에 우리는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서로의 허점을 찾는 전쟁. 8월의 공기는 끈적한 솜사탕처럼 피부에 달라붙었고, 캐리어 바퀴가 대리석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음이 로비를 가득 채웠다. "그나저나 여기 야식 뷔페 무료라며? 저녁 굶고 온 보람이 있네." "너 아까 편의점에서 빵 사 먹는 거 다 봤거든! 누가 보면 굶주린 사람인 줄 알겠더라." "그건 예고편이었지. 본편은 지금부터야."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덥고 습한 공기를 가볍게 흩뜨렸고, 로비에 은은하게 퍼지는 방향제 향기가 우리의 들뜬 기분을 더욱 자극했다.
문 밖의 열기를 지우는 투명한 경계
방 문을 여는 순간, 날카롭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땀에 젖은 목덜미를 스쳤다. 밖의 지독한 습도가 단숨에 차단되는 쾌감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기분이었다.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객실은 이름처럼 밝고 정갈했다. 어떤 방은 전통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일식 요 매트리스가 놓여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묵는 방은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가 돋보이는 현대적인 공간이었다. 시트에서는 갓 세탁한 면 특유의 포근하고 깨끗한 향이 났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툭, 하고 고요해지는 매트리스의 묵직한 무게감이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풀리는 안도감을 주었다.
창밖으로는 태풍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간 뒤의 투명한 타이둥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방 안에는 오직 규칙적인 에어컨의 기계음과 친구들의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 맨발에 닿는 타일의 서늘한 감촉은 낮 동안 원주민 풍년제의 강렬한 색채와 소란스러운 북소리에 지친 감각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외부의 열기로부터 우리를 격리해 주는 거대한 냉각 장치이자, 무질서하게 흩어진 옷가지와 읽다 만 책들이 있어도 누구 하나 타박하지 않는 우리만의 작은 요새였다. 쾌적함이란 결국 결핍 뒤에 오는 법, 밖의 지독한 더위와 끈적임이 있었기에 이 방의 온도는 완벽한 구원이었다. 하얀 벽지에 반사되는 오후의 부드러운 빛은 우리의 피로를 천천히 녹여냈고,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감각에 집중했다.
밤 10시,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무용함
야식 뷔페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방 안에는 노란 스탠드 조명 하나만 남았다. 낮의 소란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낮은 숨소리와 진심 섞인 말들이 공간을 채웠다. "별거 없네, 여행이라는 거." 민준이 천장을 보며 툭 던졌다. "그러게. 그냥 장소만 바뀐 거지." "근데 여기 물은 진짜 좋다. 아까 씻을 때 느꼈는데, 피부가 매끄러워진 기분이야." "나도.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억지로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먹을 직접 만드는 단자이면의 쫄깃한 식감을 상상하며, 창밖 어딘가에 떠 있을 타이둥의 별들을 생각했다. "내일은 좀 늦게 일어날까?" "찬성. 조식 뷔페 마감 직전에 가자." "그럼 우리 내일도 늦잠 자는 걸로 내기할래?" 다시 시작된 유치한 내기였지만, 목소리에는 기분 좋은 나른함과 신뢰가 묻어 있었다. 서로의 등을 맞대고 누워 적당한 거리감과 온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감동은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 있고, 내 옆에 너희가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창틀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느릿하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무료 야식 뷔페를 이용해 여행의 밤을 풍성하게 채워보세요.
- 호텔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타이둥의 한적한 골목길과 자연을 천천히 탐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