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진짜 눕기만 해도 괜찮은 거야?"
그가 짐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빳빳하게 정돈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응, 그게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어."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가 땀에 젖은 목덜미를 스쳤다. 8월의 타이둥은 공기 자체가 눅눅한 솜이불처럼 몸을 짓누르는 계절이다. 하지만 문을 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습도와 소음이 밀려났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우며 경쾌하게 울렸다.
서늘한 공기가 데려다준 무용한 시간의 충만함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객실은 정직할 만큼 밝았다. 과한 장식 없이 깨끗한 벽과 적당한 조도, 그리고 일부 객실에 마련된 다다미의 정갈한 풀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보았다. 누군가는 이를 시간 낭비라 하겠지만, 내게는 가장 효율적인 휴식이었다. 60%의 힘만 쓰며 살아가는 나의 느린 호흡이 이 공간의 여백과 완벽하게 맞물렸다.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일상의 소란함이 조금씩 휘발되는 기분이 들었다.
밤 9시, 우리는 이곳만의 다정한 배려인 야식 뷔페를 발견했다. 보통의 호텔들이 조식에 모든 힘을 쏟을 때, 이곳은 여행자의 고단한 밤을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밖은 여전히 눅눅한 여름밤이었지만, 우리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내려가 접시를 채웠다. 특별한 진미는 없었어도, 적당한 온도의 음식들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포크와 접시가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 낮게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온기. 우리는 서로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내일의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저 지금 이 맛과 온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면 충분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식당의 DIY 단자이면은 작은 유희였다. 그가 고명을 욕심껏 얹어 그릇 밖으로 면이 삐져나온 모습에 우리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교한 요리보다 서툰 그 모습이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잠이 깼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정기로 야시장까지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뺨을 스치는 바람에는 짙은 풀 내음이 섞여 있었고, 8월의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돌아올 곳이 있다는 안도감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다시 Tai Dong Fu Ye Du Jia Jiu Dian의 로비로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한 공기는, 마치 잘 다려진 셔츠를 입었을 때의 쾌적함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용한 시간이 우리 사이를 부드럽게 채웠다.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아니, 꽤 좋았다.
창밖의 파란 하늘이 천천히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 정기로 야시장에서 산 달콤한 간식들을 사 와서, 에어컨 바람 아래서 같이 나눠 먹자.
- 아침에 단자이면을 만들 때, 서로의 그릇에 가장 좋아하는 고명을 몰래 더 얹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