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타이둥은 끈적이는 습기가 피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차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열기에 숨이 턱 막혔지만, Tai Dong Xi Lai Deng Jiu Dian 로비의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날카로운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겉옷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순식간에 식으며 소름이 돋는 그 서늘한 감각. 그제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침 식탁 위에 놓인 소고기 탕에서는 진한 육향과 함께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키자 뜨거운 온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 뱃속 깊은 곳까지 눅눅함을 씻어냈다. 타이둥식 미타이무의 쫄깃한 면발이 입안에서 리드미컬하게 춤을 췄고, 곁들여진 망고의 진득한 단향이 쾌적한 식당의 공기와 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누가 제일 먼저 항복하나 내기할까?" 누군가 툭 던진 말에 우리는 낄낄거렸다. 하지만 승부는 허무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헉헉거리던 친구 하나가 로비 소파에 그대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난 여기서 뼈를 묻겠어." 소파 깊숙이 파묻힌 친구의 멍한 표정을 보며 우리는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패배자는 명확했고, 승자는 없었다.
야외 수영장에서 우리의 목적은 수영이 아니라 '부유'였다. 미지근한 물 위에 몸을 맡긴 채 하늘을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중력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로의 서툰 발길질에 물방울이 튀어 얼굴에 닿았고,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끈적하게 달라붙었지만 누구 하나 떼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물결의 일렁임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철화촌으로 향하는 길은 짧았지만 밀도가 높았다. 밤공기에는 적당한 소란함과 눅눅한 흙 내음, 그리고 이름 모를 풀꽃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밤바람에 낮게 흔들리는 꽃잎들이 보였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침묵조차 풍경이 되는 시간, 우리는 그 고요함을 나란히 끼고 천천히 걸었다.
투명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자 발밑으로 로비의 웅장한 층고가 한눈에 들어왔다. 7층에서 1층으로 하강하는 동안, 정적을 깨는 것은 기계적인 숫자 변경 소리뿐이었다. 바닥에 깔린 두꺼운 카펫은 우리의 발소리를 집요하게 삼켜버렸고, 그 인위적인 고요함 덕분에 서로의 숨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야시장의 원색적인 풍경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글거리는 튀김 냄새와 사람들의 들뜬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우리는 홀린 듯이 길거리 음식들을 집어 들었다. 손에 든 종이봉투가 기름기로 눅눅해져 손가락에 달라붙었지만, 그 찝찝함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즐거웠다.
방으로 돌아와 Tai Dong Xi Lai Deng Jiu Dian 고층 객실의 창밖으로 태평양의 푸른 기운이 서린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내 침대 위로 몸을 던지자,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손끝을 스쳤다. 밖은 여전히 덥고 소란스러웠지만, 방 안은 완벽한 진공 상태처럼 고요했다. 오늘의 에너지를 60퍼센트만 쓰고 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비축하는 밤. 이 정도의 게으름이면 충분했다.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번져갔다.
- 아침 식사 때 소고기 탕이랑 미타이무는 꼭 먹어봐. 속이 확 풀려.
- 밤에 그냥 호텔 정문 밖으로 나가봐. 야시장이 바로 앞이라 진짜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