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허기는 누구의 장난이었을까
3월 타이둥의 밤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피부에 닿는 습도는 기분 좋은 눅눅함을 머금고 있었다. 철화촌의 소란스러운 소음이 서서히 잦아들 무렵, 누군가 툭 던진 "배고프다"는 말 한마디가 신호탄이 되었다. 우리는 홀린 듯 호텔 문 밖 타이둥 관광 야시장으로 향했다. 228 연휴의 인파 속에서 숯불 꼬치구이의 매캐한 연기와 달콤한 간식들의 향기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비닐봉지가 손가락을 파고들 정도로 묵직해질 때까지 이것저것 담다 보니, 어느새 양손 가득 야시장의 전리품들이 들려 있었다. Tai Dong Xi Lai Deng Jiu Dian의 회전문을 지나 세련된 대리석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투박한 비닐봉지들이 뿜어내는 기름진 냄새가 정갈한 공간의 공기와 충돌하며 묘한 이질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이질감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가장 강렬하게 깨닫게 하는 감각이었다.
눅눅한 튀김과 흩어지는 진심들
우리가 묵은 행정 가족실의 문이 열리자, 탁 트인 공간과 은은한 조명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테이블 위에 야시장에서 사 온 음식들을 무질서하게 펼쳐놓았다.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기름때 묻은 종이봉투의 조합이 꽤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야, 이 튀김 좀 봐. 호텔 테이블 위에 올려두니까 묘하게 안 어울려서 더 웃기지 않냐?"
친구가 젓가락으로 눅눅해진 오징어 튀김을 들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나는 얼음이 짤랑거리는 시원한 밀크티를 한 모금 들이켜며 대답했다.
"원래 이런 곳에서 대충 먹는 게 진짜 여행의 묘미지. 격식 차린 식사보다 이게 훨씬 기억에 남을걸."
우리는 꼬치를 씹으며 낮에 보았던 오동나무 꽃의 하얀 물결과 길거리에서 마주친 마조 순례 행렬의 뜨거웠던 열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순례자들의 간절한 표정이 인상 깊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저 사람이 너무 많아 기가 빨렸다고 투덜댔다.
"솔직히 말해봐. 너 아까 그 꼬치 하나 더 먹으려고 일부러 천천히 걸었지?"
"들켰네. 근데 진짜 맛있었다니까. 너도 하나 줬잖아."
대화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흘러갔다. 어릴 적 유치한 기억부터 최근에 읽은 책의 구절, 혹은 내일 아침 조식으로 나올 해산물 죽에 대한 기대감까지. 넓은 방 덕분에 서로의 목소리가 울리지 않고 포근하게 감싸였고,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가볍게 툭툭 건드리며 웃었다. 과장된 감동은 없었지만, 입안에 남은 짭조름한 맛과 친구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온기가 고요해지은 뒤의 고요
음식의 흔적이 사라지고 대화의 밀도가 낮아질 때쯤, 방 안에는 기분 좋은 정적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하루의 피로를 녹여냈고, 나는 킹사이즈 침대의 빳빳한 시트 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은은한 샴푸 향이 3월의 서늘한 밤공기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둥 시내의 불빛들이 마치 먼 바다의 등대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 그저 각자의 고른 호흡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자동차 경적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억지로 무언가를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여기 이렇게 함께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 같았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그 평온함이 좋았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아주 천천히 눈을 뜨고 싶었다.
- 타이둥 관광 야시장의 숯불 꼬치구이와 진한 밀크티의 조합을 추천합니다.
- Tai Dong Xi Lai Deng Jiu Dian의 넓은 객실에서 즐기는 심야의 야식 파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