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결을 읽는 시간, 서로 다른 기억
9월의 타이둥은 잘 다려진 셔츠처럼 쾌적하고 매끄러웠다. 자전거 핸들의 작은 흠집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내리자, 서늘한 금속의 촉감이 손끝을 타고 심장까지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체인에서 배어 나오는 옅은 기름 냄새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둔탁한 마찰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바람은 뺨을 적당한 온도로 스쳤고, 나는 목적지 없이 그저 공기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마치 투명한 수채화 물감이 캔버스 위로 천천히 번지듯, 낯선 풍경들이 시야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야, 진짜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처음에 내기했잖아. 누가 제일 먼저 길 잃어버리나!" 결국 셋 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길 한복판에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Nan Feng Tie Hua Zhan에서 빌려준 자전거가 생각보다 너무 쌩쌩하게 잘 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름 모를 초록빛 논밭 한가운데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서로 네 탓이라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맑은 하늘 위로 경쾌하게 흩어졌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묘미라는 걸, 우리는 흙먼지 섞인 웃음 속에서 깨달았다.
한 접시의 만두, 두 갈래의 미각
남북교자관의 창가, 유리창에 맺힌 옅은 김 서림 너머로 타이둥의 거리가 몽환적인 수채화처럼 보였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올린 만두피는 속이 비칠 만큼 반투명했고, 그 안에는 묵직한 육즙이 찰랑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입안에서 톡 터지는 뜨거운 온기와 쫄깃한 피의 질감, 그리고 간장의 짭조름한 맛 뒤에 따라오는 생강의 알싸한 향이 혀끝에서 층층이 쌓였다.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음은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멀어졌고, 오직 미각의 선명한 층위만이 나를 깨우는 명상 같은 식사였다.
그 집 분위기 진짜 대박이었지. 낡은 나무 테이블의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좁은 공간에 셋이 옹기종기 끼어 앉아, 마지막 만두 하나를 두고 가위바위보를 하던 그 치열한 순간이 생생하다. 주변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타이완어와 식기들이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가 섞여, 마치 우리가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타이둥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음식 맛도 훌륭했지만, 서로를 향해 짓궂게 농담을 던지며 배를 채우던 그 시끌벅적한 공기와 사람 냄새가 더 그리워진다.
우리가 유일하게 동의한 것
결국 우리 셋이 완벽하게 합의한 단 하나는 Nan Feng Tie Hua Zhan의 침대였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며 습한 공기에 몸이 눅눅하게 젖어 들었을 때, 눈부시게 밝은 객실의 하얀 시트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의 쾌적함은 그 어떤 휴식보다 달콤했다. 호텔 내의 활기찬 바나 짐의 소란함도 좋았지만,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오직 이 정적이었다. 방이 넉넉해 작은 기침 소리조차 벽에 부딪혀 부드럽게 흩어지는 거리감이 좋았고, 에어컨의 낮은 웅성거림은 자장가처럼 들렸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파묻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위대한 성취였다고,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빛 달빛 아래 나란히 숨을 고르는 세 대의 자전거.
- 호텔의 무료 자전거를 빌려 해변 공원의 청량한 바람을 만끽할 것.
- 남북교자관에서 현지인의 온기가 담긴 육즙 가득한 만두를 맛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