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햇살이 침대 끝에 걸려 있던 시간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빳빳하게 말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었다. 손끝으로 가볍게 쓸어내리자 햇볕에 잘 말린 면직물 특유의 포근하고 건조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Nan Feng Tie Hua Zhan의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고, 침대에서 창가까지 걸어가는 동안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매끄러운 감촉과 작은 발소리가 정적 속에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짐을 풀고, 잠시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았다. 10월의 타이둥은 공기가 가벼웠고, 쏟아지는 빛은 투명했다.
호텔에서 무료로 빌려준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체인이 맞물려 돌아가는 규칙적인 금속음이 귓가를 스쳤고, 페달을 밟을 때마다 뺨에 닿는 바람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했다. 길가에는 은빛 억새들이 파도처럼 무리 지어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를 가을의 절정이라 말하겠지만, 내게는 그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다정한 이정표처럼 보였다. "천천히 가자." 당신이 낮게 읊조린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가야 할 목적지가 없다는 사실이 주는 해방감이 꽤 만족스러웠다. 자전거 바구니 속 물병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억새 숲을 지날 때 당신이 살짝 내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둔 그 표정, 그리고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만으로 충분했다. 여행이란 결국 이렇게 서로의 보폭을 확인하며, 억지로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찰나의 일치감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밤 11시, 물소리가 방 안을 채우던 시간
저녁 식사로 들른 남북만두관의 만두는 피가 얇고 속이 꽉 차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육즙과 짭조름한 간장 소스의 조화가 정직하게 다가왔다. 화려한 미식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가게만이 가진 투박한 다정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말없이 만두를 나누어 먹으며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짓는 무의식적인 미소는 숨길 수 없는 법이다.
다시 Nan Feng Tie Hua Zhan으로 돌아왔다. 이곳의 욕실은 변기와 세면대, 욕조가 각각 분리되어 있어 동선이 엉키지 않는 합리적인 구조였다. 나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쏴아아 하는 물소리가 하얀 타일 벽에 부딪혀 공명했고, 습한 온기가 욕실 안을 빠르게 채웠다. 물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지점에 머물렀다. 몸을 깊숙이 담그자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이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밟느라 팽팽하게 긴장했던 종아리 근육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욕조 밖으로 나오자 보송보송한 가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습기가 살짝 어린 거울 속에 비친 우리의 얼굴은 낮보다 훨씬 느슨해져 있었다. 긴장이 풀린 눈매, 적당한 피로감이 섞인 눈빛. 그것이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마주한 가장 솔직한 모습이었다. 넓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았다. 조명은 낮은 채도로 조절되어 방 안에는 오직 서로의 낮은 숨소리만 남았다. 내일 무엇을 할지 계획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떴을 때 다시 이 적당한 온도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안도감. 누워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번 여정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다.
스탠드 조명 아래, 읽다 만 책 한 권이 엎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