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나가야 할까?"
"꼭 나가야 할까?" 당신이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천장의 에어컨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게. 바람이 너무 달콤해." "타이둥까지 왔는데, 조금은 아깝지 않아?" "그래서 더 여기 있고 싶은 거야."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Nan Feng Tie Hua Zhan의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가 밖의 끈적한 습기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밀어내고 있었다.
8월의 온도와 우리가 나눈 적당한 거리
8월의 타이둥은 정직하게 뜨겁다. 문을 여는 순간 젖은 수건을 어깨에 얹은 듯한 무게감이 온몸을 감싸지만, Nan Feng Tie Hua Zhan의 문을 닫는 순간 세상은 다시 정적과 쾌적함으로 채워진다. 특히 이곳의 넓은 침대는 우리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넉넉하게 만들어주어, 오히려 심리적인 안도감을 준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간격이 마치 지금 우리 관계의 가장 편안한 주소처럼 느껴졌다. 빳빳하게 정돈된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있다는 안온함에 깊게 고요히 머무했다.
욕실의 분리된 구조는 묘한 해방감을 준다. 세면대가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어, 당신이 양치를 하는 동안 나는 옆에서 느긋하게 손을 씻으며 서로의 팔꿈치가 부딪혀 생기는 작은 짜증조차 허락하지 않는 효율적인 평화를 누린다. 커다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담그면, 피부를 타고 흐르는 온기가 여행의 긴장을 천천히 녹여낸다. 밝은 조명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물결을 바라보며, 우리는 비로소 계획된 일정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로지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밖으로 나섰을 때, 태풍이 휩쓸고 간 해안선은 낯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해변 공원 근처에서 갓 튀겨낸 총유빙을 샀다. 기름기가 밴 종이봉투의 뜨거운 온기가 손바닥을 간지럽혔고, 바삭한 반죽과 알싸한 파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끈적이는 바닷바람조차 달콤하게 느껴지던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원주민 풍년제의 북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낮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그 소리를 쫓는 대신,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말없이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우리의 대화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협탁 위에 놓인, 반쯤 비워진 투명한 물병 하나.
- 바람이 적당히 불 때, 바닷가 쪽에서 파는 바삭한 총유빙을 꼭 같이 먹어보자.
- 알람은 잠시 끄고, 하얀 시트 위로 햇살이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천천히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