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온도, 서로 다른 기억의 색
공항에서 Na Lu Wan Hui Guan까지 이어지는 짧은 여정 동안, 차창 밖의 공기는 눅눅한 솜사탕처럼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로비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서늘한 민트색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정확히 22도쯤 되었을까. 새로 단장한 로비의 매끄러운 바닥 위로 캐리어 바퀴가 구르는 규칙적인 마찰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리셉션 직원의 낮고 차분한 음성은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고요해지혔고, 창밖의 강렬한 6월 햇살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배경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저 이 적당한 냉기 속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 진짜 대박이었지! 공항에 내리자마자 습도 79퍼센트의 습격에 다들 멘붕 와서 헉헉거렸잖아. 그런데 Na Lu Wan Hui Guan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살았다!"라고 소리를 질렀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밀치고 들어오던 그 난장판 같은 모습이라니. 체크인을 도와주던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우리끼리 "여기서 그냥 살면 안 되냐"고 헛소리를 주고받기도 했지. 특히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객실 사진을 보고 다들 눈이 뒤집혀서, 누가 더 넓은 방을 쓸지 가위바위보를 하던 그 소란스러움. 정말 우리답게 시작한 여행이었어.
하나의 식탁, 두 갈래의 미각
취원 중식당의 화염구이 오리 요리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순식간에 솟구친 불길은 짧고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겼다. 짙은 갈색으로 구워진 껍질을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하게 부서지는 경쾌한 파열음이 귓가를 자극했다. 혀끝에 남는 진득한 육향의 고소함과 그 뒤를 잇는 서늘한 오이의 수분감이 절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간장의 짭조름함과 설탕의 은은한 단맛이 정확한 비율로 섞여 입안에서 조화를 이뤘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온도의 차이와 식감의 층위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변주가 더 기억에 남는 식사였다.
야, 그 화염구이 오리 비주얼 진짜 미쳤었지! 불 쇼가 시작되는 찰나에 우리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내 촬영 버튼을 누르던 그 긴박함이 생각나. 결국 영상은 다 흔들려서 못 쓰게 됐지만, 얼굴을 달구던 뜨거운 열기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만큼은 최고였어. 껍질 한 점을 두고 서로 더 크다고 우기며 투덜거렸지만, 결국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잖아.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계속 들어가는 그 마법 같은 맛. 아마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가장 완벽하게 합의를 본 순간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마침내 합의한 단 하나의 진실
결국 여행의 완성은 눕는 것이다. 구름 속에 파묻힌 듯 포근하고 부드러운 매트리스 위에 몸을 뉘었을 때,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기분 좋게 풀려나갔다. 빳빳하게 잘 마른 하얀 시트의 감촉과 곁에 둔 티백 커피의 은은한 향기가 방 안을 채웠다. 창밖으로는 6월의 타이둥 시내가 소란스럽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방 안의 정적은 외부의 모든 소음을 부드럽게 삼켜버렸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해변 공원을 돌며 땀을 흘리고, 고소한 파전 냄새에 이끌려 걷던 시간들이 지나간 뒤의 휴식.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던 그 무용한 시간이, 사실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순간이었다는 것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눅눅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와 발목에 닿았지만, 이불 속은 더없이 아늑했다.
- 호텔의 전기 자전거를 빌려 해변 공원을 달려보세요. 바람이 무척 시원합니다.
- 취원 중식당의 화염구이 오리는 꼭 미리 예약하세요. 기다림 끝에 맛보는 감동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