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둥의 느린 호흡 속에서 마주친 뜻밖의 순간들
코끝을 찌르는 짠내와 엉뚱한 웃음. 1월의 타이둥 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태평양의 진한 소금기가 섞인 바람이 훅 끼쳐왔다. 기온은 18도라고 했지만, 습기를 머금은 서늘한 공기가 옷깃 사이로 스며들어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이게 정말 18도라고?" 서로의 퀭한 표정과 어깨를 잔뜩 움츠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낯선 땅에서 맞이한 첫 감각은 차가웠지만, 그 덕분에 서로의 온기가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작이었다.
압도적인 공간감이 주는 뜻밖의 해방감. Na Lu Wan Hui Guan의 객실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예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공간이었다. 빳빳하게 말려진 흰 시트에서는 갓 세탁한 면 특유의 포근하고 깨끗한 향기가 났고,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방 안을 금빛으로 채우고 있었다. 가방을 내팽개치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을 때, 등 뒤로 전해지는 서늘하고 매끄러운 촉감에 '여기서 그냥 일주일쯤 누워있어도 좋겠다'는 나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입안에서 터지는 황금빛 바삭함. 근처 식당에서 맛본 화염 구운 오리는 시각과 청각, 미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껍질이 과자처럼 얇고 바삭하게 튀겨져,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파삭' 하는 경쾌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뜨거운 기름기가 혀끝에서 톡 터지는 순간, 낮 동안 몸에 쌓였던 한기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껍질 한 조각을 더 차지하려는 유치한 젓가락 싸움이 벌어졌지만, 접시가 비워질 때쯤 우리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만이 남았다.
안개 속을 유영하는 전기 자전거의 윙윙거림. 호텔에서 빌린 전기 자전거를 타고 마란 역으로 향하는 길, 1월의 타이둥 골목은 옅은 안개가 내려앉아 세상의 경계가 뭉툭하게 흐려져 있었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나아가는 자전거의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고, 귓가에는 기계적인 윙윙 소리와 함께 젖은 흙 내음이 스쳐 지나갔다. 목적지 없이 그저 안개 속을 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언가를 꼭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은, 진정한 의미의 방랑이었다.
달콤한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나란한 침묵. 하루의 끝, Na Lu Wan Hui Guan 로비에 마련된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 앞에서 우리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었다.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혀끝에 닿는 순간의 짜릿함과, 함께 준비된 짭조름한 팝콘의 조화는 완벽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각자의 디저트를 즐겼다. 거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온도의 달콤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하게 채워지는 위로를 받았다.
이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이 되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계획했던 일정의 절반은 귀찮음이라는 핑계로 건너뛰었고, 어떤 날은 정오가 넘도록 호텔 침대 속에서 뒹굴었다. 하지만 짠 바람을 맞으며 걷다 들어온 포근한 로비의 조명, 친구와 투닥거리며 나눠 먹은 오리 껍질의 고소함, 그리고 눅눅한 공기를 가르던 자전거의 소음 같은 사소한 파편들이 기억의 층을 이뤘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어느덧 꽤 근사한 여행의 무늬가 되어 있었다. 억지로 힘을 내어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그곳의 속도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올 때쯤 일어나고 싶다.
- 전기 자전거를 빌려 안개 낀 마란 역 주변의 고요한 골목을 천천히 유영할 것
- 저녁 식사로 바삭한 화염 구운 오리를 선택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눠 먹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