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이 허락한 적당한 거리감
새로 단장한 Na Lu Wan Hui Guan의 객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빳빳한 새 종이 냄새가 섞인 서늘한 공기였다. 특히 층고가 높게 설계된 천장 덕분에 방 안의 공기는 정체되지 않고 유영하듯 가볍게 흘렀다. 소파에서 침대까지 닿기 위해 세 걸음이 더 필요했고, 침대 끝에서 욕실 문까지는 다시 다섯 걸음의 여백이 있었다. 우리는 그 물리적인 거리만큼 서로 떨어져 있었다. 당신은 창가에 서서 5월의 타이둥 하늘을 응시했고, 나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발등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카펫의 촉감이 포근했지만, 내 마음은 오히려 그 넓은 공간이 주는 해방감에 안도하고 있었다. 억지로 시선을 맞추거나 다정한 말을 건네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거리. 그 적당한 간격이 우리 사이의 팽팽했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유리창에 부딪혀 잘게 부서지는 빗방울들이 불규칙한 선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그 투명한 궤적을 관찰했다. 침묵은 무거웠으나 외롭지 않았고, 넓은 방이 제공하는 물리적 여유는 어느새 우리 마음속의 여백이 되어 스며들었다.
말 없는 대화가 흐르는 식탁과 거리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호텔 내 취원 중식당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화염 구이 오리 요리의 껍질이 얇게 바스라지는 소리가 고요한 식탁 위에 작은 파동을 일으켰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기름기와 짭조름한 풍미가 5월의 습한 공기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젓가락이 움직이는 방향과 서로의 씹는 속도를 조용히 맞췄을 뿐이다. 당신이 내 접시에 고기 한 점을 슬며시 놓아주었을 때, 나는 그것이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다정한 인사라고 느꼈다. 식사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오자 무료로 제공되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혀끝에 닿는 차갑고 달콤한 설탕 맛에 우리는 동시에 짧은 탄성을 내뱉었고,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찰나의 일치감이 주는 쾌감이 좋았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친 거리 위로 야생 생강꽃의 달큰한 향기가 눅눅한 바다 내음과 섞여 불어왔다. 습도 79퍼센트의 끈적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지만,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밀도 높은 공기가 우리를 더 밀착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걷지 않고 조금 떨어져 걸었지만, 발걸음의 템포는 정확히 일치했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끈이 우리 발목을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같은 속도로 타이둥의 밤을 유영했다. 굳이 '좋다'고 말하지 않아도, 스치듯 전해지는 어깨의 온기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각자의 섬에서 누리는 고요한 연대
다시 돌아온 Na Lu Wan Hui Guan의 방에서 우리는 다시 각자의 섬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노란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읽다 만 책을 펼쳤고, 나는 창가에 기대어 멀리 보이는 마란 역 쪽의 희미한 불빛들을 하나둘 세어보았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독한 외로움과는 다른 종류의 평온함이었다. 각자의 고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이 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상태. 몸을 깊숙이 파묻게 만드는 안락한 침구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이 쾌적한 온도와 습도 속에 나를 방치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이 되어 방 안을 채웠고,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함께 있다는 사실이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5월의 밤은 깊어갔고, 창밖의 나무들은 바람에 낮게 흔들리며 자장가를 불렀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고요 속에서 천천히 잠겨 들어갔다. 충분히 좋은 밤이었다.
젖은 신발 끝에 묻은 흙이 말라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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