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누가 우산 챙기라고 했어?"
"네가 챙겼어야지! 넌 짐 쌀 때 대체 뭘 싼 거야?"
"내 멘탈 챙겼어. 그것만으로도 벅찼다고!"
"말도 안 돼. 결과적으로 우리 다 젖었잖아. 이게 무슨 꼴이야!"
셋이서 서로를 탓하며 낄낄거렸다. 5월의 타이둥은 예고 없이 비를 뿌린다. 젖은 옷가지에서 눅눅한 물비린내가 났지만, 그게 오히려 우리가 진짜 여행을 왔다는 증거처럼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빗방울이 아스팔트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웃음소리가 뒤섞였다.
소란함이 머물다 간 하얀 안식처
우리가 머문 Na Lu Wan Hui Guan의 방은 기대보다 훨씬 광활했다. 특히 천장이 높게 설계된 挑高 구조 덕분에, 세 명의 커다란 캐리어를 바닥에 완전히 펼쳐놓아도 공기가 답답하지 않고 쾌적하게 흘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가 피부에 닿았고, 밖에서 겪은 습한 더위와 끈적임이 투명한 베일처럼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침대 시트는 빳빳하게 다려져 있었고, 몸을 눕히면 적당한 탄력으로 등을 받쳐주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안락함을 주었다. 창문을 조금 열자 5월의 타이둥이 밀려 들어왔다. 야생 생강꽃의 달콤한 향기와 바다의 짠내가 기묘하게 섞인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로비에서 맛본 달콤하고 부드러운 무료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잔향이 입안에 남아 있어, 공간의 정적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욕실의 타일은 발바닥에 닿을 때마다 기분 좋은 서늘함을 전했고, 수건에서는 갓 세탁한 빳빳한 면 냄새가 났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강한 물줄기가 하루 종일 걷느라 뭉친 종아리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말란 역 주변을 배회하며 보았던 이름 모를 들꽃들의 색채가 머릿속을 스쳤다. 우리는 대단한 명소를 찾는 대신, 서로의 엉망인 몰골을 비웃으며 이 무용한 시간의 해방감을 만끽했다. Na Lu Wan Hui Guan의 높은 층고는 우리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를 너그럽게 품어주었고, 그 공간감 덕분에 우리의 우정 또한 한 뼘 더 여유로워진 것 같았다.
낮은 조명 아래 스며든 진심
"내일은 진짜 반딧불이 볼 수 있을까?"
"글쎄. 또 비 오면 그냥 포기하자. 원래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여행이잖아."
"그럼 그냥 호텔에서 배달 시켜 먹고 넷플릭스나 볼까?"
"야, 여기까지 와서 그러자는 거야?"
"그게 진짜 여행이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어려운 거거든."
낮의 소란함이 고요해지은 시간, 조명을 낮춘 방 안에서 목소리들이 낮게 고요해졌다. 우리는 내일의 일정보다 지금 이 순간의 정적과 서로의 숨소리에 더 집중했다. 낮에 먹었던 치솽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두부 요리의 풍미가 기억의 저편에서 맴돌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낮은 조도 아래서 나누는 대화는 낮보다 훨씬 진실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깨달으려 하지 않아도 좋았다. 적당한 온도의 공기와 곁에 있는 친구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밤이었다.
창밖의 빗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으로 밤의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 Na Lu Wan Hui Guan의 셔틀버스를 이용해 타이둥 시내와 공항을 편하게 이동해 보세요.
- 5월의 샨위안 베이에서 열리는 동랑 가니발의 음악과 바다 풍경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