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배고프다고 했더라
2월의 타이둥은 공기가 무겁고 습했다. 비가 내리면 젖은 바위가 내뿜는 특유의 서늘한 광물 냄새가 코끝에 눅눅하게 걸렸다. 우리는 Mu She Wen Lv Tie Hua Xiu Tai Guan의 고층 객실에 짐을 풀었다. 방 안은 온통 온화한 나무색으로 채워져 있어, 창밖의 회색빛 풍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텔레비전이 있었지만, 그 어떤 누구도 리모컨에 손을 대지 않았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눅눅한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묘한 허기를 느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작은 모험이었다. 빗물을 머금어 어깨를 짓누르는 외투의 무게감을 견디며, 우리는 호텔 근처의 야시장으로 향했다. 결국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비닐봉지를 짊어지게 되었고, 그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 튀김과 이름 모를 현지 간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빗물에 살짝 젖은 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고요한 복도에 리듬감 있게 울려 퍼졌고, 그 소음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짭조름한 두부와 시시한 농담들
"야, 너 아까 축제 제대로 본 거 맞아? 비 때문에 거의 세수하고 온 수준이던데."
침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갓 튀겨낸 두부 튀김을 집어 먹으며 누군가 낄낄거렸다. 우리는 서로의 젖은 머리카락과 엉망이 된 몰골을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바삭한 튀김옷을 깨물자 뜨겁고 부드러운 속살이 터져 나왔고, 짭조름한 간장 향이 방 안의 나무 냄새와 섞여 포근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그래도 여기 호텔 선택은 진짜 신의 한 수였어. 이 텔레비전 크기 좀 봐, 거의 개인 영화관 아니냐?"
"지금 텔레비전이 문제야? 이 두부의 짭짤함이 내 영혼을 치유하고 있다고. 진짜 딱 좋다."
우리는 계획에도 없던 시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내일 어디를 갈지, 아니면 그냥 하루 종일 이 포근한 침대 속에 파묻혀 있을지에 대해. 누군가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호텔의 깨끗한 비데였다는 엉뚱한 소리를 던졌고, 그 말에 다들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거창한 감동이나 대단한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따뜻한 방 안에서 짭짤한 음식을 씹으며, 서로의 못난 점을 가감 없이 놀려대는 시간이 충분했다.
"우리 내일은 그냥 늦잠 자면 안 될까? 이번 여행의 모토는 칠십 퍼센트의 힘만 쓰는 거였잖아."
"완전 찬성. 원래 여행의 진짜 목적은 고급 침구 위에서 뒹굴거리는 거였으니까."
대화는 툭툭 끊겼지만, 그 빈틈을 메우는 공기는 더없이 다정했다. 나무 벽면에 반사되는 은은한 조명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그 실루엣조차 편안해 보였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보다 확실한 행복이었다.
허기가 가신 자리에 남은 온기
음식이 바닥나고 소란스럽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에어컨이 내뿜는 일정한 기계음과 창밖의 낮은 빗소리만이 남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고층 객실이라 그런지 외부의 소음은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고, 오직 우리만의 작은 섬에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피부에 닿는 침구의 촉감은 구름처럼 부드러웠으며, 적당한 무게감으로 몸을 감싸 안아 안도감을 주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기억이란 건 결국 이런 사소하고 무용한 조각들의 집합일지도 모른다고. 2월의 서늘한 빗소리, 입안에 끝까지 남아 있던 두부의 짠맛, 그리고 곁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규칙적인 숨소리. 억지로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이곳 Mu She Wen Lv Tie Hua Xiu Tai Guan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정적은 차갑지 않았고, 오히려 햇볕에 잘 말린 수건처럼 보송보송하고 따뜻했다.
비가 그쳤고, 방은 그저 다정하게 따뜻했다.
- 타이둥 야시장에서 파는 갓 튀긴 두부 튀김과 달콤한 밀크티의 조합을 추천한다.
- Mu She Wen Lv Tie Hua Xiu Tai Guan에서 제공하는 풍성한 야식 메뉴로 밤의 낭만을 즐겨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