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머무는 정적
침대 옆 작은 나무 탁자. 손끝을 스치는 결 고운 나무의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운 감촉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힌다. 그 위에는 반쯤 비워진 유리잔 하나와 우리 두 사람의 스마트폰이 나란히 누워 있다. 차가운 물잔 표면에 맺힌 이슬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흘러내려, 나무 위에 투명하고 작은 원형의 자국을 남긴다. 은은한 노란색 조명이 그 물기를 비추어 아주 잠깐,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보석처럼 반짝인다.
빗소리에 기대어 나눈 말들
"아직도 비가 그치지 않네."
그가 창밖의 회색빛 풍경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눅눅한 공기를 차단한 뽀송뽀송한 침대 시트 속에 몸을 묻은 채,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냥 오늘은 여기 계속 있을까."
나의 제안에 그는 짧게 웃으며 "그럴까"라고 답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65인치 대형 TV의 리모컨을 찾기 시작했다. 바스락거리는 침구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베개 밑의 서늘한 공간을 더듬었다. 결국 리모컨은 탁자 구석에 아주 뻔하게 놓여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를 깊은 안심 속으로 밀어 넣었다. 밖은 축축하고 소란스럽겠지만, 이 방 안의 시간은 오직 우리만의 느릿한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무용한 시간이 남긴 다정한 기억
Mu She Wen Lv Tie Hua Xiu Tai Guan의 고층 럭셔리 더블룸은 도시의 소음을 적당한 거리에서 관조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였다. 5월의 타이둥은 습도가 79%에 달해, 공기 중에는 바다의 짠 내음과 계곡의 야생 생강꽃 향기가 눅눅하게 섞여 있었다. 하지만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이킨 에어컨이 만들어낸 쾌적하고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으며 외부의 소란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눅눅함이 사라진 자리에 닿는 뽀송뽀송한 침구의 감촉은 마치 구름 위에 누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토토 비데의 세심한 기능이나 정갈하게 닦인 욕실 타일의 적당한 온도는, 이곳이 누군가의 다정한 관리 속에 있다는 것을 소리 없이 알려주었다.
우리는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늦게 제공되는 바삭한 감자튀김과 치킨의 고소한 향기가 복도를 채울 때, 우리는 그 무용한 시간들이 주는 안도감에 취했다. 다음 날 아침, 조식으로 나온 볶음면의 짭조름한 냄새가 잠든 감각을 깨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온기는 여행자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호텔에서 나와 3분 정도 걸으니 철화마을이 나타났다. 비에 젖어 반짝이는 길거리 위로 사람들의 우산이 알록달록한 꽃처럼 피어 있었다. 걷는 내내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공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는 여행. 그 작은 나무 탁자 위에서 시작된 정지된 시간들이 쌓여,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리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침대에 누워 리모컨을 찾느라 한참을 헤맬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여행이 될 것 같다.
창가에 걸린 얇은 커튼이 느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 조식으로 제공되는 짭조름한 볶음면은 꼭 드셔보세요. 아침의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한 맛입니다.
-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인 철화마을의 밤 산책을 추천합니다. 젖은 길의 야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