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가 될 것인가, 게으름뱅이가 될 것인가
"야, 너 선크림 챙겼다며!" 지수가 내 가방을 뒤지며 소리쳤다. "챙겼는데? 아마 밑바닥 어딘가에 있을걸." "없어! 우린 이제 타이둥의 무자비한 햇볕에 다 같이 구워지는 거야. 딱 붉은 랍스터처럼." "그게 여행의 묘미지. 구워지면 구워지는 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거야." "넌 진짜 답 없다. 그래서 일정은?" "내 계획은 호텔 침대랑 한 몸이 되는 거였어." "미친, 여기까지 와서 잠만 자겠다고?" "응, 그게 가장 효율적인 여행이야." 우리는 서로를 한심하게 보며 낄낄거렸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온함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7층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넓다는 건, 내가 무심코 내뱉은 기침 소리가 하얀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이 아주 조금 더 걸린다는 뜻이다. 커튼을 젖히자 11월의 서늘한 타이둥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평균 22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누워있기 좋은 온도였다. 창밖으로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단순한 반복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의 복잡한 소음들이 썰물처럼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방 안의 조명은 은은한 호박색으로 고요해져 있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색 시트에서는 갓 세탁한 면 특유의 건조하고 깨끗한 향이 났다. 나는 그 위에 대자로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기 시작했다. 발가락 끝에 닿는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창밖에서 들려오는 낮은 파도 소리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나를 깊은 나른함 속으로 끌어당겼다. 무용한 시간의 가치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나는 그 소음조차 하나의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의 고독을 존중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안도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바다의 푸른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어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만들 때, 나는 비로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화장실 타일은 발바닥에 닿을 때마다 기분 좋은 냉기를 뿜어냈고, 수압은 정직했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를 맞추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일상의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음을 실감했다. 복도로 나가면 24시간 운영되는 커피 스테이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스터기에서 빵이 튀어 오르는 경쾌한 소리, 커피 머신이 웅웅거리며 내뿜는 진한 원두 향. 밤늦게 내려가 구운 토스트에 끈적한 잼을 발라 먹었다. 잼은 지나치게 달았고 빵의 끝부분은 약간 탔지만, 그 탄 맛이 오히려 여기가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일깨워주었다. 호텔 로비의 정적과 간헐적으로 들리는 직원들의 낮은 목소리, 그 모든 것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충분했다.
도우화 한 그릇에 담긴 진심
"근데 여기 조식 도우화, 진짜 맛있더라." 낮은 조명 아래, 우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게.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어." "우리가 언제 이렇게 늙어서 여행 와서 푸딩 맛에 감동하냐." "그냥 좋은 거지.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맞아. 힘낼 필요도, 뭘 깨달을 필요도 없어. 그냥 이 도우화가 맛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해." "내일은 뭐 할까." "글쎄. 일단 좀 더 자고 생각하자." 낮의 소란함이 걷힌 방 안에는 오직 파도 소리와 우리의 숨소리만 남았다. 진심을 말하기엔 쑥스럽지만, 지금 이 상태가 꽤 만족스럽다는 것 정도는 공유할 수 있었다. 거창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침대에서 자고, 옆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었다.
창밖의 파도 소리가 낮은 자장가처럼 방 안을 채웠다.
-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해변 공원의 바람을 만끽해 볼 것.
- 조식 메뉴의 별미인 부드러운 도우화를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