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노른자와 아몬드가 건네는 낯선 환대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50년의 세월을 품었다는 오래된 빙점이었다. 1월의 타이동은 평균 기온 18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애매한 온도였지만,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혀끝에 닿을 만큼 짭짤한 바다의 향을 머금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 도시의 정체성을 닮았다는, 짭조름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달걀노른자의 진득함과 우유의 부드러움, 그리고 고소한 아몬드가 섞인 맛이었다. 첫 숟가락을 떴을 때, 그것은 우리가 알던 일반적인 디저트의 범주를 가볍게 벗어나 있었다. 강렬한 단맛 뒤에 은근하게 따라오는 미묘한 짠맛.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그 기묘한 조화가 낯선 여행지에 도착한 우리의 설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겨울 공기와 섞이며 묘한 쾌적함을 선사했고, 우리는 그 낯선 맛을 통해 비로소 이 도시의 리듬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수평선의 푸른 숨결이 머무는 정적의 공간
아이스크림의 잔향을 머금고 돌아온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로비에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여덟 명은 족히 앉을 법한 널찍하고 투박한 테이블 위에는 여행자들이 두고 간 간식들이 흩어져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들이 공기 중에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로비 한편에서 제공되는 따뜻한 커피와 차의 향기가 공간을 포근하게 감쌌다. 효율적인 동선이나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누구나 편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그 소박한 공간감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우리가 묵은 방은 7층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었다. 바다가 이토록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커튼을 걷어내자 태평양의 짙은 인디고 블루 색상이 방 안으로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적당한 탄성. 그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의 소음은 아득히 멀어지고 오직 에어컨의 낮은 웅얼거림과 창 너머에서 들려오는 파도의 규칙적인 숨소리만 남았다.
호텔에서 바다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신발 끈을 묶고 밖으로 나서면 짠내 섞인 바람이 곧장 뺨을 때렸다. 1월의 공기는 건조했고, 시야는 투명했다. 해변의 고운 모래알이 신발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조차 방해가 되지 않는 평온한 오후였다. 우리는 아무런 목적지 없이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리듬에 발걸음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작은 조개껍데기 하나를 주워 든 손끝에 바다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온기의 기억을 깨우는 찰나의 접촉
새해 첫날의 아침은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태마리에서 맞이하는 일출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굳이 인파 속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창가에 서서 천천히 밝아오는 하늘을 지켜보았다. 회색빛 하늘이 서서히 보라색으로, 다시 옅은 오렌지색으로 물드는 과정은 느리고 정직했다. 마치 이 도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말이다.
밖으로 나섰을 때, 겨울의 북동풍이 옷깃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당신은 몸을 살짝 움츠렸고, 나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온기는 생각보다 뜨거웠고, 그 온기는 순식간에 심장까지 전달되었다. '힘내라'거나 '올해는 더 행복하자'는 식의 상투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말들은 때로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지니까. 대신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걸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겨울꽃들이 바람에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추운 계절을 견디며 피어난 생명력. 그것을 가만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심심하고 단조로운 여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적당한 고요함과,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휴식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이 느린 도시의 박자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
바다 냄새가 밴 옷을 입고,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에 기대어 잠들었다.
- 쩡지량취안팡빙점의 짭조름한 달걀노른자 아이스크림을 꼭 경험해 보세요.
-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루프탑 테라스에서 태평양의 지평선을 가만히 응시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