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바닥이 없어요?" 둘째가 뜬금없이 물었다. 대답을 고르기도 전에 아이는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복도를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두툼한 카펫이 아이의 가벼운 발소리를 눅눅하게 집어삼켰다. "나 이제 안 보이지?" 자신이 투명 인간이라도 된 양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복도 끝까지 파동처럼 번졌다. 멈춰 선 아이의 발가락 끝에 엉겨 붙은 카펫 보풀이 꼭 작은 솜사탕 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오션뷰 객실의 빳빳한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5월 타이둥의 공기는 26도, 적당히 눅눅하고 미지근해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는 수평선이 모호한 짙은 푸른색이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의 무늬를 세는 시간이 길어졌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어깨의 긴장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천천히 풀려났다. 이 정도의 나른함이면 충분했다. 무언가를 성취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것이 내가 이번 여행에 바랐던 유일한 구원이었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규칙적인 박자로 들려왔다. 타이둥의 5월은 변덕스러운 비를 자주 뿌린다.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촘촘하게 메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야시장의 웅성거림이 빗소리에 섞여 낮고 눅눅하게 깔렸다. 평소라면 소음이었을 그 소리들이 이곳에서는 안락함을 극대화하는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우리를 감싸고 있는 이 작은 방의 온기는 더욱 선명하고 아늑해졌다.
무료 조식으로 제공된 따뜻한 두화를 한 숟가락 떴다. 혀끝에 닿는 감촉이 잘 짜인 비단처럼 매끄럽고 보드라웠다.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잠시 머물다 이내 사라졌다. "엄마, 이거 진짜 푸딩 같아!" 첫째는 눈을 반짝이며 연신 감탄했다. 화려한 장식의 고급 디저트는 아니었지만, 아침의 빈속을 다독이기에 더없이 적당한 온도와 무게였다. 혀끝에 남은 이 소박한 달콤함은 아마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루프탑 테라스에 올랐다. 무겁게 내려앉았던 회색빛 하늘이 서서히 걷히며 옅은 하늘색이 수채화처럼 배어 나왔다. 비가 그친 뒤의 빛은 투명했고,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은 하얗게 번져 경계가 사라져 있었다. 아이들은 테라스 난간에 바짝 붙어 멀리서 밀려오는 하얀 파도의 포말을 관찰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 나란히 선 가족들의 옆모습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겹쳐 보였다.
마을에서 낡은 자전거 한 대를 빌렸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체인이 삐걱거리며 투박한 금속음을 냈다. 비난 습지로 향하는 길, 눅눅한 바람에 실려 온 생강꽃의 진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강렬하게 스쳤다. 자전거 바퀴에 튀어 오른 흙탕물이 신발등에 갈색 점처럼 묻었다. 닦아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금 젖고 조금 지저분해진 채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묘하게 해방감을 주었다.
동랑 가니발의 소란스러운 열기 속에서 돌아온 밤이었다. 모두가 방전된 배터리처럼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피부에는 소금기 섞인 끈적한 바다 냄새와 타이둥의 습기가 얇은 막처럼 남아 있었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방 안에는 말보다 깊은 안도감이 강물처럼 흘렀다. 서로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우리는 각자의 꿈속으로 천천히 흩어졌다.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꽉 찬 밤이었다.
젖은 수건들이 나란히 걸려 있는 욕실의 고요한 풍경.
- 아이와 함께 비난 습지의 자전거 도로를 달려보세요. 길가에 핀 생강꽃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 조식으로 나오는 따뜻한 두화를 놓치지 마세요. 아이들도 좋아하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