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호텔에서 빌려준 자전거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아 낑낑거렸다. 안장을 최대한 낮췄지만 아이의 다리에는 여전히 짧았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발끝으로 페달을 밀어냈다. 낡은 체인이 삐걱거리며 내는 금속음이 고요한 공기를 갈랐다. 해변 공원으로 향하는 길, 아이의 작은 등이 앞서 나갔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서늘했고, 얇은 외투 깃이 파르르 떨렸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할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는 작은 입술과 단단히 쥔 손잡이. 그 서툰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뭉클하고 대견했다.
새벽 2시, 얕은 잠에서 깨어나 1층 로비로 내려갔다. Kai Xuan Xing Guang Jiu Dian의 로비에는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음료와 빵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정적 속에서 토스터기가 빵을 툭 밀어 올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갓 구워진 빵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따뜻한 빵 한 조각을 입에 물자, 버터의 짭조름한 맛과 밀가루의 은은한 단맛이 혀끝에서 섞였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직 씹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 짧은 고독이 나에게는 가장 완벽한 휴식이었다.
6층 객실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북동풍이 거칠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웅웅거리는 낮은 진동이 벽을 타고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창밖의 세상은 서늘한 회색빛으로 고요해져 있었지만,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고 나면 외부의 소음은 어느덧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득해졌다. 아이들은 이미 침대 위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규칙적으로 내뱉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차가웠던 방 안의 공기를 조금씩 데웠다. 그 온기를 느끼고 있으면 소란했던 마음이 비로소 차분하게 고요해졌다.
시내로 나가 쩡지의 짭조름한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 12월의 시린 공기 속에서 차가운 디저트를 먹는 것은 묘하게 모순적인 일이었다. 진한 달걀노른자의 풍미와 짭짤한 맛이 혀끝에 닿는 순간, 입안 가득 부드러운 크림이 퍼졌다. 춥다고 투덜대면서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놓지 않았다. 입가에 하얗게 묻은 크림을 서로 닦아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살을 에듯 차가운 온도 덕분에, 서로를 맞잡은 손의 온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
이른 아침,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객실 창가에 섰다. 수평선 끝에서 빛이 가느다란 한 줄기 선으로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금빛으로 팽창하며 바다 전체를 덮어버렸다. 카메라 렌즈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빛의 무게였다. 태양이 떠오르는 속도에 맞춰 방 안의 짙은 그림자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 찬란한 빛이 침대 끝에 걸쳐진 아이의 작은 발가락을 부드럽게 비췄다. 특별한 대화 없이도 그저 함께 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얀 시트의 감촉은 빳빳하면서도 살결에 닿는 느낌은 부드러웠다. 밖에서 찬 바람을 잔뜩 맞고 돌아와 눕는 침대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요새 같았다. 몸의 무게가 매트리스 속으로 깊숙이 고요해졌고,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어깨를 지긋이 눌러주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저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루프탑 테라스에 올라가 멀리 보이는 두란 산맥의 능선을 바라봤다. 가족들이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응시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신뢰였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리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밀려왔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없는 편안한 고요 속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 아니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겨울 바다의 짠 내음이 밴 옷가지를 정리하며 천천히 짐을 쌌다.
- 아이와 함께라면 호텔의 무료 자전거를 빌려 해변 공원의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 새벽녘 로비에서 제공되는 따뜻한 빵과 커피로 오직 나만을 위한 고요한 아침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