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와 요란한 캐리어, 소란스러운 시작
8월의 타이둥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습기 속에 잠겨 있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끈적한 공기가 마치 젖은 담요처럼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기온은 29도였지만 습도가 77퍼센트에 달해, 피부에 달라붙는 옷가지의 감촉이 불쾌할 정도였다. 하지만 Wei Yu Jia Zu Fan Dian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마치 구원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로비의 넓은 공간 속으로 흩어졌고, 바닥을 긁는 커다란 캐리어 두 개의 요란한 마찰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둘째가 내 바짓단을 꼭 쥐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아빠, 여기는 왜 이름이 참치 가족이야?"
나는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나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무지함이 오히려 여행의 묘미처럼 다가왔다. 엘리베이터 문에 새겨진 호텔의 로고와 타이둥의 명소들이 그려진 안내판을 멍하니 바라보며, 땀으로 젖은 티셔츠가 천천히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소란스러움 속에 질서는 없었지만, 그 무질서함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려온 여행의 서막임을 알리는 신호 같아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네 개의 작은 침대와 폭포 같은 수압의 발견
우리가 묵은 쿼드러플 룸에는 네 개의 작은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누가 더 끝자리에 누울 것인가를 두고 마치 국가 간의 영토 분쟁이라도 하듯 진지한 협상을 시작했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인테리어는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장 열광한 곳은 의외로 욕실이었다. 샤워기를 틀자마자 쏟아지는 강력한 수압에 둘째는 "우와, 진짜 폭포 같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뜨거운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경쾌한 타격감은 낮 동안 쌓인 피로를 한순간에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다만, 욕실의 커다란 창문이 빛을 가득 들여보내지만 프라이버시가 조금 걱정되는 묘한 구조였는데, 아이들은 그저 창밖으로 비치는 타이둥의 빛에 매료되어 있었다.
씻고 난 뒤, 우리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호텔 근처의 야시장으로 향했다.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의 길목에는 8월의 밤공기와 섞인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정겨운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계획에 없던 작은 소품 가게에서 아이들이 고른 조잡한 장난감들이 비닐봉지 속에서 달그락거렸고, 그 소리는 마치 작은 음악처럼 밤거리를 채웠다. 예상치 못한 발견들이 주는 기쁨, 그것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아이들의 숨소리 너머로 찾아온 고요한 사치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밤, 방 안에는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만이 낮게 깔렸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의 넓은 침대에 몸을 깊숙이 묻자, 낮 동안의 소동이 마치 먼 옛날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타이둥의 짙은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가끔 들려오는 먼 곳의 자동차 경적 소리가 오히려 방 안의 적막을 더욱 선명하게 강조했다. 나는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시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짧은 공백. 그 무용한 시간이 주는 쾌적함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욕실의 타일 바닥에 닿는 발바닥의 서늘한 온도와, 갓 세탁한 수건에서 풍기는 은은한 세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시원한 방 안에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투정으로 가득 찰 공간이겠지만, 지금 이 정적은 나에게 허락된 가장 달콤한 사치였다.
다시 짐을 싸며 마음속에 담아온 것들
마지막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아이들은 접시에 알록달록한 과일과 빵을 가득 담았다. 입가에 잼을 묻힌 채 오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쌀 때, 둘째가 침대 밑에서 잃어버렸던 작은 장난감을 찾아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이곳을 떠나기 싫다며 옷자락을 붙잡았고, 나 역시 이 쾌적한 안식처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호텔 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머물렀던 Wei Yu Jia Zu Fan Dian 건물이 여전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8월의 타이둥, 그 습한 공기 속에서 함께 웃고 떠들었던 며칠의 기억은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꽤 괜찮은 풍경으로 남았을 것이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소란스럽겠지만, 나는 기꺼이 그 소란함을 다시 마주하고 싶다.
-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야시장을 방문해 현지의 활기찬 분위기와 길거리 간식을 즐겨보길 권한다.
- 해빈공원에서 파는 고소한 황기 파전을 사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