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캐리어와 눅눅한 웃음소리
누가 예약했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그저 셋이서 짐을 끌고 Tai Bei Xi Men Ting Yi She Jiu Dian 로비로 들이닥쳤다. 7미터 높이의 천장이 주는 압도적인 개방감보다 먼저 코끝을 스친 건, 밖에서 묻어온 2월의 눅눅한 흙내음과 은은하게 퍼지는 빵집의 고소한 향기였다. "야, 진짜 예약한 거 맞아?" 누군가의 너스레에 젖은 어깨를 서로 부딪치며 낄낄거렸다. 로비의 높은 층고 사이로 시먼딩의 소란함이 정제된 백색소음처럼 흐르고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툭' 하고 묵직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마치 이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경쾌한 신호탄처럼 들렸다.
이 호텔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천장의 파이프가 주는 정직함: 로프트 스타일의 노출 천장과 회색 파이프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었다. 숨기지 않고 다 보여주는 투박한 구조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다. 억지로 꾸며낸 고급스러움보다 이런 날 것의 느낌이 우리들의 엉망진창인 여행 성격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온도 차: 호텔 문을 여는 순간 시먼딩의 광기 어린 인파와 네온사인의 소음 속으로 던져진다. 하지만 다시 문을 닫으면 순식간에 진공 상태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소음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은신처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달콤한 특권이었다.
무심한 고양이의 환대: 1층 주변을 서성이는 길고양이를 만났다. 투숙객의 환영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하품을 크게 하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그 무심한 태도가 오히려 좋았다. 억지로 친절할 필요 없는 공간이라는 안도감이 우리를 더 편하게 만들었다.
흰 시트의 정직한 중력: 하루 종일 걷고 돌아와 몸을 던진 침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우리를 맞았다. 빳빳하게 말려진 면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더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그 강력한 중력이 그날의 가장 완벽한 휴식이었다.
리스트 밖에서 만난 뜻밖의 온기
원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2월의 타이베이 등불 축제 현장에 툭 떨어졌다. 밤하늘을 채운 거대한 트랜스포머 모양의 등불이 몽환적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기온은 16도. 습도가 높아 뼛속까지 스며드는 서늘함에 우리는 연신 몸을 웅크렸다. "춥다, 진짜 춥네"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눈은 그 화려한 불빛들을 쫓느라 바빴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파는 뜨거운 관바오를 샀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혀끝에 닿는 뜨거운 육즙과 쫄깃한 빵의 질감이 전율처럼 다가왔다. 젖은 운동화 때문에 발가락 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온기 덕분에 충분했다. 누군가의 우산이 바람에 뒤집어졌다며 비명을 질렀고, 우리는 그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창밖으로 시먼딩의 붉은 네온사인이 빗물에 번지고 있었다.
- 시먼딩 중심가라 쇼핑 후 짐을 놓으러 오기 매우 편리하다.
- 호텔 내 현대적인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퓨전 요리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